오래 전에 들었는데 일본 여성들은 명품으로 칠갑하는 것이 소원이래요 특히 루이비통인가 하는 상표의 가방을 꼭 가지고 싶어한다더군요 덧붙여 우리나라 여성들은 그러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도 했거든요 그때만 해도 그랬는데 요즈음엔 우리나라 여성들도 명품을 많이들 좋아하나 봐요 우리 동네 백화점도 일층을 털어 내고 명품관이라는 걸 만들었더군요 저번에 한 번 보니까 청바지에다 얄궂은 배색으로 너덜너덜 앞치마처럼 뭔가를 붙여놓아 거저 줘도 못입겠다고 웃고 지나갔어요 어떻든 돈 있는 사람들은 몇 십만원짜리 지갑이나 백만원 넘어가는 옷들을 입고 부를 과시하나봐요 우리 집 앞에서는 월요일마다 장이 서는데 과일이나 생선 아기 옷 신발 이런 것들을 주로 팔아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가방 가게가 하나 들어섰어요 전 원래 가방을 좋아해서 가방 가게는 그냥 못 지나치거든요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마음에 들락 말락하는 게 하나 있어 얼만가 물어보았어요 세상에나 가방이 하나에 10만원이 넘는 거예요 보통 시장 가방이면 만원이나 이 만원에서 해결 나는 거 아닌가요 면전에서 비싸다고 할 수도 없어 왜 그런가 슬그머니 살펴보았더니 그게 상표가 있는 거였어요 어쩌면 상표만 같은 가짜일는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그래서 장에 나온 것치곤 비싼 거 같았어요 그런 대로 장사가 되는지 계속 오더라구요 나도 그 가게가 눈에 띌 때마다 구경하지요 사실 나에게는 좋은 가방이 하나 있어요 말하긴 뭐하지만 누가 신주머니로 쓰다가 버리고 가버린 거예요 눈여겨 보니 찍찍이가 붙어 있어 여닫기 편하겠고 주머니도 하나 있어 급할 때 뭐 꺼내기도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갖다가 빨아서 쓰다보니 후줄근하지도 않고 들고 다니기도 여간 편한 게 아니예요 누가 이것이 원래 신발주머니였다는 걸 알아볼까봐 좀 찔리긴 하지요 진짜 명품 가방은 구경도 못해봤고 시장에 나온 명품 가방도 너무 비싼 것 같아 안 사지만 편하고 탄탄하고 좋은 전직 신주머니 이게 명품 아니고 뭐겠어요 나도 명품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