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그루의 감나무를 사이에 두고 몇개의 파라솔을 높이 올려 하늘을 가린 그 아래로 어린아이옷을 길게 진열하여 팔고있는 청년의 맞은편, 햇살몇조각 찾아드는 농협창문아래로 내물건을 펴놓고 파는 곳이다.
언제나 내생각에 골몰해 있던 나도 이제 종종 다른사람의 일상을 기웃거리는 여유를 부리는 날도 있어 오늘은 성실하고 예의가 몸에 베인듯 항상 공손해뵈는 아동복을 파는 청년과 손님이 끊어진 한낮의 무료함을 건져내고 있었다.
'집이 어디세요?'
'대구입니더~'
'대구에서 영동까지 올려면 시간이 꽤 걸리지요?'
'맞심더. 집에서 새벽여섯시에 출발합니더. 파장하고 집에 가면 밤열시는 됩니더~'
'피곤하겠네요.아직 결혼안했지요?''
'네~'
'일하느냐고 여자친구 만날시간도 없겠네요.'
'.... 그렇지예~'
'너무 애쓰지 말고 적당히 일하면서 여자친구도 만나고 그러세요.'
'... 네.. 그래야겠지예~'
'장터에 여자친구 데리고 와본적 있어요?. 이것 저것 보고 재미있다고 하지 않아요?'
'.....그게 예~ '말을 잇지 못하는 청년의 표정이 곤란한듯 하여 괜한것을 물었나 싶었다.
'....헤어졌어예~'
'아.. 그래요? 미안해요.. 몰랐어요..'
'괜찮아예~.. 이 난전 장사라는게 말입니더~'
청년은 잠시 말을 끊더니 '..........이게 사람이 할짓이 아니라예~'
.............?
(그럼 내는 짐승이라예~?.. *&^%%$# 마음속에서 웅웅 거리며 뱉어내는 소리였다)
'거리에 서있다꼬 사람을 우습게 보는게 말입니더. 사람까지 싸구려 취급하고 말입니더. 이게 영 사람이 할짓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더.
조금만 더 하고 매장하나 내려고 합니더~ 아지매도 오래는 하지 마이소.'
청년의 말이 어찌나 비장하던지 나는 '네에....'하고 대답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후로 청년과 말을 이어나갈수 없는 분위기였다.
'이게 사람이 할짓이 아니라예~~'..그말을 어찌나 심각하게 하던지 굳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장터를 떠도는 장꾼의 어려움을 그말속에 서 다 찾아낼수 있었다.
가끔 내가 앉아 있는 장터에 지나가던 어떤이도 멈춰서는
'사주한번 볼래요? 일이 안풀리고 꼬이기만하고 신세처량하고 한번살고 가는인생인데 나만 이게 뭔가 싶고..아주 용한데 있는데 다른데 보다 부적도 싸게 해주고 젊은 나이에 이렇게 길바닥에 나앉아 있는거 보니 가슴을 맺힌 사연이 있지요?'하고는 내표정을 은근히 살피며 말을 건네는이가 있다.
'제가 처량해 보이나보지요? 꼬이는일 하나도 없는데요.. 제 사는게 재미없어 보여요?.. 그런것 전혀 없어요. '하고 말한사람 민망하게 만드는 재주를 부린다.
사람들은 내가 사는일에 대해 얼마나 재미있어하는줄을 모른다.
그사실은 아주 가까운사람도 눈치채지 못하여 여전히 내 현실을 보고 가볍게 혀를 차대기도 하지만 ...
나는 잘못들어가 길을 잃고 비명을 지르며 헤치고 다니던 끝이 보이지 않을듯 엉켜버린 잡풀더미속에서 비로소 찾아낸 오솔길에 접어들며 이제는 여기저기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온길을 뒤돌아보며 걷고 있는 아....이 기분이라니.....
사는게 얼마나 재미있으면 자다가도 웃을까.
함께 자는 딸아이는 요즘 종종 '엄마.. 자다 웃지좀 마.. 깜깜한데 웃으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그래? 나도 자다 웃는 내가 무셔...흐~!'
이게 사람이 할짓이 아니라 해도 인정이 쏟아져 나오는 시골장터에서
지극히 사람다운 사람끼리 부닥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따뜻한 거리에서서 내가 얼마나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는줄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