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형제가 적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하는 편이 옳다
아직 결혼 안한 늙수구레한 남동생 하나 달랑....
어릴적에는 단촐한 가족 구성이 줄줄이 동생이 많아 제대로 떡볶이도 못먹고 집으로 달음박질 하는 친구들에게는 은근한 뻐김도 없지않았지만 지금 내가 결혼해 집을 떠나 살고보니 하나 혹은 둘 그보다 더 많았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그래도 한가지 좋은 점이라면 추석이건 설이건 어느때도 거르지 않고 부모님에게서 명일봄을 선물 받을수 있었다는 것....
겉옷뿐만이 아니라 당일 입을 수 있도록 속옷부터 양말에 이르기까지
풀셋트로 구비하여 머리맡에 놓아 주셨던 부모님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생각하면 늘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 지면서도 눈가 또한 뜨거워 지곤 한다
이제 나 또한 두 아이를 기르는 어미의 입장이 되었으니 그 옛날 울엄마가 내게 해주셨던 그 정성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내 아이들에게 깔끔한 새옷 한벌씩은 해 입히고 싶어 집근처 상가엘 나갔다
싸고도 실용적이고 그러면서도 소문나게 이쁜 옷들을 찾으려니 돌아다닌 발품도 안남게 생기고 작은 아이를 안고있는 남편의 발걸음이 점점 무겁게 보인다
어찌어찌 썩 눈에는 안차지만 가격이나 모양이나 웬만해 보이는 옷들을 골라 값을 치르고 돌아서다가 남편 생각이 들었다
결혼해 지금껏 명절마다 양말 한켤레, 아래 위 속옷 한벌씩....
아이들 명일봄 장만하는 것에야 비할바 아니겠지만 남편에게 새로운
속옷을 입히는 마음또한 자식에게 새옷 입히는 것만큼이나 기분 좋은것은 사실이다
싫지 않은듯 뭉기적 거리며 속옷 매장에 따라 들어온 신랑을 뒤로 하고 오랫만에 야하고 좀 튀는 남성용 속옷을 고르며 아이들 같이 낄낄거린다
레이스 풍성한 새색시용 잠옷에 넋이 나간 딸아이까지 조용하기만 하던 속옷 매장안이 우리 가족때문에 시끌벅쩍하다
이것저것 뒤적이며 고르는 내게 점원이 다가와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진 커플 속옷을 권했다
매번 자기 속옷만 얻어 입은게 미안했던지 남편도 얼른 계산하라며 재촉을 해 생각지도 않은 커플 속옷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추석 아침....
시댁에서 하룻저녁 자고 일어나 일찌감치 추도예배 준비를 하기위해 서성이던 남편이 껄껄.... 넘어가는 웃음소리를 내기에 뭔일인가 싶어 들어가 보았다
포장도 풀지 않고 넣어온 속옷에 여성용에는 자물쇠가 남성용에는
열쇠가 달린 커플셋트였던 것이다
행여 다른 식구들이 볼까봐 얼른 신랑을 진정시키지만 나와 남편의 터진 웃음은 사그라들줄 몰랐다
피곤하고 짜증스러웠을 명절 연휴기간을 기쁘고 즐겁게 보낼수 있었던 기분 좋은 추석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