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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99

흙사랑 황토방


BY shinjak 2002-08-19

15 인승 봉고차를 렌트해서
13 명 여인들은 가정을 잠시
뒤로 하고 자유스러운 여행에 오른다.
가래떡,귤,옥수수,사과,포도,약식을
바리바리 싸서 차에 싣고 랄라룰루~~~
하하하 호호호 흐흐흐 후후후~~~

<양촌리 이장 이야기>로 배꼽을 잡고
웃느라 작은 봉고차가 들썩들썩.

누구는 <건방증 이야기>로 웃기고,
기차에서 일어난 이야기
어느 젊은 아기 엄마가 젖을 내놓고
개찰구에 서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던
어떤 처녀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젊은 아주머니 젖 하나가 나왔네요.
이 아주머니 하는 소리 어머나
아기에게 젖을 주다가 우리 아기를
기차에 놔 두고 왔네.ㅎㅎㅎㅎ

흙사랑 황토 찜질방
깊고 깊은 산골 황토방
하늘에 하얀 달과 별과
벌레들의 합창소리만 들린다.
곰처럼 누워있는 산첩첩
굴속같은 황토방의 노오란 불빛
옛날 산골 초가집의 잔치날 같다.
따뜻하고 포근하고 조용조용한 분위기
비가 오는 축축한 마음에
따뜻한 솔잎 타는 연기로
아늑한 황토방의 정막과 고요가
마음을 땅속 깊이 묻는 것 같다.

궁중요리인 구절판
얇은 밀전병에 계란 흰색과
노오란 지단채 오이채 소고기채
표고버섯채 오징어채 당근채가
커다란 접시에 동그랗게
담겨놓은 것이 작품이다.
맛도 일품이다. 담백하면서
오돌오돌하게 씹히는 맛.
산채나물, 된장국, 누릉지탕은
더 일미로세.
북어찜,갈비찜,각종 장아찌,
야채셀러드 양념의 노하우.
내가 여왕 대접을 받는 기분이다.

밤새 도란도란 이야기와 황토방을
들락거리며 먹으며 하는 사이에
새벽동이 트는지도 모른다.

노폐물이 다 빠져나간 얼굴들은
맑고 투명한 것이 아기 피부같다.

새벽에 오르는 자작나무숲의 청정한
공기에 가슴속이 시원해진다.

맑은 마음과 몸을 싣고
대호만의 뚝길을 달리고 달려
상길포 포구에 들어오는 고깃배
갈매기들의 분주한 날개짓들이
또다른 바다의 수채화다.
비릿한 바다냄새와 파도와 수평선에
마음을 띄워보낸다.

하늘로 자꾸자꾸 오르는 서해대교를
헤치고 뿌연 하늘이 내려덮은 서울로
봉고차는 달린다.
피로도 모르고 웃고 먹고 노닥거린다.
막히는 차속이지만 즐겁다.

자유를 멀리멀리 아쉽게 떠나보내며
어쩔 수 없는 집으로 가정으로
크고작은 걱정거리가 있는 집으로
달린다.살림이 기다린다.

또다시 얼굴은 삶의 때가 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