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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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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순 김치


BY shinjak 2002-08-11

아침 일찍 산속 약수를 받으러 갔다.
상사화가 차속을 들여다보는 서오릉
길을 지나 시골스러움을 벗지못한
정다운 고향같은 홍도동길을
가로질러 달린다.

의정부 가는 고가도로 위를 초고속으로
앞차가 달리니 나도 모르게 밟아댔다.
상쾌한 바람과 스릴이 만점이다.위험한데.

고양시내를 겨우 빠져나오니 미군부대 앞에
우비를 입은 우리 경찰들이 두어군데 서 있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갈수록
썰렁해지는 느낌을 여기에서도 감지한다.

부대 울타리를 따라 둘러쳐진 철조망에
매달린 이슬이 수정 목걸이처럼 아름답다.
그 넘어 탱크,헬리콥터,군트럭들이 즐비한것이
대조적인 풍경이다.

불광 천주교 묘역 안에 파주시가 수질검사를
맡아하는 맛좋은 물이 있다. 십 여 년을 받아
먹는 물이다.

산이 나를 부른다.고해의 바다를 헤매던
영혼들이 여기에서도 좁은 공간에 비집고
누워있다.명확히 이름표를 달고서 다만 삭막한
회색의 건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풀꽃들이 아무곳이나 앉아서 자연을
노래해주며 외로운 영혼들의 자리를 지켜준다.

개망초꽃잎에 앉은 이슬방울,
고개숙인 달맞이꽃의 수줍음.
그는 낮이 왜 부끄러울까?
억새풀 꽃대의 하늘거림이 멋들어진다.
들풀들이 크고 작은 꽃으로 가을을 맞이한다.
햇빛을 받으며 이슬을 달고서.오 황홀함이여.

화장품,악세사리,그도 모자라 몸에 칼을
대고서라도 겉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애달아
하는 인간들의 인공미에는 비길 수없는
들꽃의 순수하고 맑은 아름다움이
비를 맞으니 더욱 함초롬한 미를 자랑한다.

돌아오는 길초에 시골 할머니가 고구마순과
씀바귀를 팔고 앉아 계신다.
텃밭에서 땄다는 가지,고구마순,고구마,감자
호박,노각,풋고추를 사가지고 달려오는데,
시골길 양옆으로 수수나무밭,고추밭 고구마밭
논벼들이 한여름의 막바지에서 서성인다.

같은 길을 달려오는데도 오는 길과
돌아가는 길은 색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자연의 오묘함이여 신비함이여,

아직 텃밭의 생기를 털어내지못한
고구마순의 연한 줄기가 사각사각 불어진다.
살짝 삶아 부추를 싹둑 잘라넣어 갖은 양념에
무쳐낸 고구마순 김치,씀바귀를 싹둑 잘라서
설탕,고추장,참기름 몇방울 마늘을 다져넣어
조무락조무락 무쳤다. 살짝 데쳐 무친 가지나물,
호박을 밤톨만큼 토막내어 매콤한 풋고추를
다져넣은 된장국에 돈부를 넣은 보리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꿀맛이다.

금방 떠온 시원한 약수와 주일 아침의 행복이
목줄을 타고 상큼하게 넘어간다.

녹음과 햇빛과 이슬이 춤추는 늦여름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