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30분쯤..핸드폰 벨소리...
"여보세요?. 응..내일 늦는다고? 과장님께 말씀 잘 드려볼께..너무 늦지 말고. 그래. 끊자."
"무슨 직장 사람들이 툭하면 늦은 밤에 너한테만 전화하냐? 그리고 넌 뭐라고 한마디 없이 그냥 받아줘?"
"어린애가 철없어서 그러는걸. 제딴엔 내가 의지가 되서 그러는걸 그렇게 야박하게 할 필요가 뭐가 있어?"
"그래, 넌 밖에선 항상 관대하지. 술자리도 너 없으면 안돼니까 노상 어울려서 술따르고..."
모처럼 애들 외가집에 보내고 둘이서 손잡고 영화보고, 기대에 못미치는 영화땜에 비디오 한편 빌려 다정히 보고 있던 방금전 분위기는 간데 없었다.
우린 결혼 12년째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이런 말싸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남편은 맞벌이를 하되 직장일과후에는 집에 조신하게 있어주는 아내를 원한다.
난 조직이 큰 친목활동에서도 회장을 맡을만큼 적극적인 성격이고 직장에서도 남녀가 해야할 일을 구분해본 적이 없다.
회식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에 남편의 불만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빠져도 되고 자기는 남자이기 때문에 할수 없다는 식의 태도에는 더더욱 오기기 발동한다.
물론 그뿐은 아니다.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직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일 수밖에 없고 요즘의 직장분위기가 남녀를 구분하지 않으므로 기혼을 표시내며 예전처럼 슬쩍 빠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밖에서 술따르는......." 푸하하하...학학학...
이가 갈릴만큼 화가 치미는 남편의 표현에 진정을 해보려 하지만 용서가 안된다.
형제 많은 집의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생활한 12동안
나의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었으면 감당하지 못했을 시부모님, 시동생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모를 그가 아닌데...
편리한대로 맞벌이 하면서 아내를 여자로만 묶으려는 남편의 태도에 신물이 난다.
나의 두딸들에게 어떤길을 가르켜 줘야 할까.
조신하게 가르켜 사랑받는 아내로 ?
아니면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해 나가되 남편과는 부단히 갈등하는 아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