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편이 마누라 먹으라며 홍삼을 해 왔었다.
씁쓰름하니 별로 먹고싶지 않아 냉장고에 그냥 방치를 해 두었었는데
어느날부터 한봉씩 두봉씩 그렇게 줄어를 갔다.
알고보니 매일 아침과 저녁에 한봉씩 남편이 가져다 먹은 거였다.
" 나 먹으라고 해 온거 아냐? "
" 당신이 안먹길래...아깝잔아 "
뻔히 들여다 보이는 속이 웃읍기도 했지만
먹고싶으면 떳떳히 해 먹지 왜 마누라 핑계는 대는지..
한편으로는 괘씸하고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그렇게 야금야금 풀방구리 쥐 드나들듯
한, 두봉씩을 먹던것이 어느새 바닥이 들어났다.
" 보약을 먹어서인가? 요즘에는 확실히 덜 피곤하네 "
남편은 너스레를 떨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아닌게 아니라 그 홍삼을 먹은뒤로는 피곤하다는 소리를
확실히 덜하는듯 싶어 아예 먹는김에 더 먹게 해주려
홈쇼핑에서 모 연예인이 선전하는 홍삼을 주문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연예인인데다
그래도 알아주는 홈쇼핑이고
말하자면 나는 브렌드를 믿고 산것이었다.
그리고...
물건이 도착을 한날
난 남편에게 한봉지를 뜯어 컵에 부어주며 먹기를 바랬다.
" 이게 뭐냐? "
" 으~응 홍삼 "
" 어디서 났는데? "
" 어디서 나긴... 돈 주고 샀지 "
사실 맞돈을 주고 산것도 아니고 카드로 쫘~악 긁은것인데
카드도 현찰과 마찬가지니 난 그냥 돈 주고 샀달수 밖에.
그런데 그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
불같이 화를 낸다.
" 뭘 어떻게 믿고 이런걸 함부로 먹냐? "
" 왜 못믿어? 그래도 알아주는 회사건데... "
" 얌마, 성분이 무어며 어디산이며 함량은 어찌되며... "
잔소리가 또 시작이다.
아니, 의심많은 그 성격이 다시 확인이 되는거다.
" 난, 자기를 생각하고 산건데... 이거 물를수도 없고 그럼 어떻게 해? "
" 너나 많이 먹어 "
세상에...
자기는 의심스러워 못 먹는다는걸 마누라인 내게는 먹기를 권한다.
참 많이 속이 상했다.
마누라의 성의를 무시하는게 야속했고.
세상을 불신만 하는 그 성격에 질려버린다.
싸우며 달래며 결국 몇봉을 먹였고
아이와 나도 함께 먹었다.
그렇게 며칠인가를 먹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안 먹겟다고 선전포고를 한다.
그 홍삼을 먹으니 머리가 아프고 뒷골이 땡기고 전국적으로 안 아픈곳이 없다며
다신 주지 말라고 한다.
굳이 싫다는 사람 어거지로 먹이기도 그렇고 하여
이웃집 아저씨께 말을 하니 자기를 달라고 하여
박스채로 몽땅 가져다 주었다.
사실 카드 결제날도 안되어 대금 지불도 안한 상태인데
아깝기도 했지만 끝내 마누라가 해준 약을 의심하는 남편이
밉고도 야속했엇다.
그렇게 얼마를 지났을까?
바로 어제저녁.
저녁식사를 하러 들어오는 남편의 손에 웬 박스가 들려있다.
" 이게 뭐래요? "
" 으~응... 홍삼 "
받아들고 만져보니 뜨끈뜨끈하다.
바로 건강원에서 찾아오는 모양인데...
기가 막혔다.
마누라가 해준 보약에는 무슨 독약이라도 탔단 말인가?
멀쩡히 돈주고 산 약은 남을주고
다시 같은 홍삼을 엑기스해오냐 말이다.
따따부따 따지고도 싶었고
마구 퍼 붓고도 싶었는데
남편도 멎적은지 슬슬 마누라의 눈치만을 보는게 안쓰러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주방 바닥에 펼쳐놓고 따듯함을 식혀 냉장고에 넣어놓았더니
귀찬게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도 챙겨 먹는다.
늦게 퇴근해 들어와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
주방의 냉장고로 문안인사 하러 가고
퇴근후에는 또 퇴근 인사를 하러간다.
처음에는 밉깔맞기가 그지 없더니
나이들어 자기몸을 스스로 챙기는 그모습이 귀엽고
또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어차피 내가 지어온 홍삼은 남의 손으로 날라가고
더불어 그 홍삼값은 고스란히 결제해 주어야 하지만
제몸 제 손수 지킨다고 제 손으로 지어온 보약...
내일 아침부터는 내 손으로 챙겨주어야겠다.
남자...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어린아이같은 구석이 있는거만 같아
흘겨지는 눈에도 웃음이 배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