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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잘 담그는 여자는 프로주부> 단풍이 드는가 했더니 벌써 바람이 쌀쌀하다. 주부이다 보니 벌써 김장 걱정이 앞선다. 결혼한 지 10년 가까이 되지만 내 손으로 김장을 직접 한 건 딱 두 번이다. 처음 김장을 했을 땐 내가 생각해도 아삭아삭하고 간도 아주 잘 맞아서 김장도 별것 아니구나 했다. 작년, 두 번째 김장을 할 땐 자신이 있는지라 조금 넉넉하게 해서 시댁까지 갖다 드렸다. 그런데 잘 할려고 하면 일이 더 안된다고 했던가, 김치의 맛이 너무 짜고 써도 그렇게 쓸 수가 없었다. 시댁에 가보면 그 김치는 완전히 천덕꾸러기였다. 남들은 김치가 다 떨어져 가고 있는데 갖다드린 김치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고 동서들보고 가져다 먹으라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도 김치를 먹어 없애는데 고생을 아주 많이 했다.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6포기를 사다가 포기김치를 담갔다. 컴퓨터 한답시고 다른 반찬도 대충 해 먹었고 김치도 한 단 사다가 그냥 썰어서 버무려 먹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담가두면 한 동안은 신경이 안 쓰일 것 같아서 6포기나 담근 것이다. 남편은 저녁까지 회사에서 먹고 오고 두 딸도 6살 5살이니 먹으면 얼마나 먹겠는가. 기대를 하고 김치를 꺼내보니 덜 절여진 것으로 담가서 인지 배추가 살아서 밭으로 갈려고 한다. 참으로 걱정이다. 그냥 썰어서 담는 김치는 그런대로 먹을만 한데 자신 없는 포기김치를 담가서 맛없게 되어 버렸으니 버릴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쩐단 말인가. 내가 일본에 있을 때 처음 김치라는 걸 담그는데 경험도 없는 나였으니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난감했었다. 김치는 고사하고 계란후라이나 라면도 끓일 줄 몰랐으니 김치 담그는 솜씨야 말로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요리책을 아무리 봐도 잘 몰라서 국제전화까지 했던 사람이다. 몇번 담가봐도 왜 그렇게 맛도 없고 색깔은 또 왜 그렇게 하얗던지. 한국에 나와 친정 식구들 가까이 살면서 김치 담그는 걸 옆에서 몇번 보니 총각 김치, 파김치,깍두기등 그런대로 먹을만하게 되었다. 우리 집에 와서 김치맛을 본 사람한테 맛있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그런데 포기김치 만큼은 정말 자신이 없다. 절일때 소금의 양도 그렇고 얼마나 절여졌을 때 건져내서 버무려야 하는지 그게 제일 큰 관건이다. 이제 결혼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친정에서 얻어 먹는 것도 내 원하는 바 아니어서 올해도 내 손으로 직접 김장을 할 생각인데 잘 될런지 모르겠다. 나는 다른 어떤 것 보다도 포기김치 잘 담그는 여자야말로 진정한 프로주부라고 말하고 싶다. 약삭빠른 일본인들은 김치의 본고장인 우리들을 앞질러 자기네 음식인양 '기무치'라하여 수출까지 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인이 김치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유산균도 요구르트보다 풍부하고 항암물질도 들어 있어 영양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우리의 김치를 내 손으로 훌륭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날, 나는 스스로에게 프로주부란 타이틀을 아낌없이 달아 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