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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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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을 둘이서....


BY 동해바다 2002-06-11

그야말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 위....

하늘에 구멍이 뻥 뚫렸는지 쏟아지는 비가 장난이 아니였다.

두어달 병구환차 서울로 가신 어머님을 모시러.....
시장도 볼겸 축구경기가 끝날무렵 서울로 향하였는데.....
바닷가 쪽으로 밀려드는 시커먼 하늘이 한바탕 퍼부을 모양이었다.

평창쯤 왔을 무렵.....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차가 앞으로 질주할수록 엄청난 양으로 굉음소리와 함께 유리창을 내때렸다.

그 와중에 난 옆 유리창에 보이는 빗방울의 춤추는 모습에
넋을 잃고 쳐다보며 잡히지 않는 허상에 잠시 머릴 싸맨다.

그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란다.

불과 달포 전...
어머님과 함께 병원에 들어갔던 남편이....
지금은 이렇게 나와함께 나란히 자릴 함께하며
저녁마다 팔짱끼며 집으로 돌아오게 될줄 누가 알았을까....

하마터면 정신과 병동으로 들어갈 뻔 했던 남편....
지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한치 앞을 모르는 것....

나 힘들었을때....
나 힘들게 했던 남편....
그땐 없어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동반자되어 무척이나 노력하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금할길 없다...

남편에게......나는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내였던가.....
항상 그렇게 보이는지....그이의 얼굴 표정에 나타난 나에 대한
느낌이 난 너무나 부담스러워 보이기만 했다.....
그것은 내게 부족한 그의에 대한 사랑....또한 아니였나 싶기도 하다.

어제 그 장대비 속에서.....
동대문 시장통 인파들 틈에서 꼭 손잡고 가길 원했던 남편....
이 나이에....
아무 느낌 없는 손을 잡으면서 난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잘하자......남편에게.....
결국 그 모든 것은 나한테 되돌아 오니까....

달 포를 큰아들 집에서 조리하신 어머님의 얼굴에 희색이 만연해 보였다.
우리가 반가운 것이였는지.....
당신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들떠 계셨던건지.....
얼굴색이 참 좋아 보이셨다.

새벽 4시경 도착한 우리의 터......
휠체어와 그 많은 짐들을 어머님 댁으로 올려드리고....
우리의 보금자리로 와 난 두시간 눈 부쳤다.....
다시금 바빠질 앞날을 위하여....

그 사납던 장대비가 언제 왔냐는 듯....조용하기만 아침이다.

온 대지가 깨끗해 진 아침 나절.....
깨끗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