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어려븐 결혼식 절차를 무사히 마치고 새 신랑 각시가 드뎌 목빠지게 지다리던 신혼여행길에 올랐다. 분단장한 얼굴, 지지고 볶은 머리, 곱게 차려입은 야시시한 옷... '아무리 봐도 내가 장가 하나는 기차게 갔고나!' 보고 또 봐도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진다. 진종일 헤헤~ 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만 전후 사정 안 봐주고 찾아오는 기 바로 생리현상... "색시야~ 저 짝에 잠시만 서있거래이! 급한 볼 일 좀 보고 오꾸마!" 부끄러운 마음도 있고해설랑 애~ 만 먼 산만 바라보는데, 삽시간에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더니 쏴~ 하고 소나기를 퍼어부댔다. 창졸간에 머리끝에서 발끝까정 비를 쫄딱 맞은 새색시, 황당한 맘에 쌔근덕거리며 후줄근해진 사람들 틈에 섞여 신랑이 나올 때꺼정 주변을 서성거릴 밖에... 엉거주춤 옷을 추스리며 두리번거리던 신랑이 지 색시헌테 쭈삣쭈삣 다가오더만, "보소보소? 아지매요? 혹시 여 서 있던 참한 새색시 몬 봤능겨??" 하필이면 고 놈의 빗줄기란 넘이 아스팔트맹쿠로 두껍게 쳐바른 화장빨 다 지워놨지, 드라이기로 팍팍 세우논 미장원빨 다 죽여놨지, 아리까리하게 하늘거리던 옷으로 감춰둔 비밀의 몸매 다 들통냈지... 죽어라 새신랑 눈에 콩깍지가 낀들, 무신 수로 지 색시를 알아보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