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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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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가면


BY 김경숙 2000-08-29

요즘 나의 별명은 '뚱띠'이다.
둘째 아이를 낳고 불어난 몸무게와 여기 저기 나온 군살 때문에 내가 거울을 쳐다보아도 살찐 내 모습에 낯설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뚱뚱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건만 나의 남편은 '뚱띠'라는 호칭을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결혼 전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이다.
친구의 사촌오빠인 남편은 처음 만난 날 나에게 "참 아름답습니다"하는 듣기 좋은 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외곽지로 드라이브를 자주 다녔는데 운전하는 도중 나에게 눈을 떼지 않아 도착할 때까지 설렌 느낌을 가지면서도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또 남편은 "눈이 부셔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유머스런 말들로 재미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한 남자였는데 지금은 너무나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퇴근 후 리모콘부터 잡기 바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의 표본으로 변해갔다. 가끔 나는 예전의 그 남자가 정말 맞나 싶어 남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볼 때도 있다.

이제는 호칭조차 듣기 거북한 '뚱띠'로 바귀었고 내가 항의성 맨트라도 할려고 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는 식으로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요즘은 내 얼굴 볼 때 눈이 부시지 않아"하고 물어보기라도 할라치면 "눈이 부시는 정도가 아니라 눈이 아프다"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남편을 믿는다.
그 남자가 썼던 가면속에도, 지금 남편의 모습속에도 다 나에 대한 사랑이 담겨져 있음을......
그래서 나는 그 남자의 가면까지 사랑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