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인 유난스레 잔치국수를 좋아한다.
무슨 날이 되어 가보는 뷔페에서도 그 국수만
들락거리며 가져 온다.못 먹어 본 것이 수두룩한데도...
오늘 저녁때도 그 국수를 해 달라고 한다.
늘어지는 몸 겨우 일으켜 국물 부터 만들었다.
국물 멸치,무,다시마등등 넣고서 은근하게 국물을 만들었다.
고명으로 쓸 호박도 채썰고
오이도 가늘게 한켠에 채썰어 놓고
계란 지단도 곱게 칼 솜씨를 부려보고...
이것 저것 바쁘다.
청량 고추 알싸하게 양념장에 넣어서 맛을 더하고.
만들기에 좀 손이 많이 가서 그렇지
그런대로 먹음직하게 보였다.
"와,,이게,,몇년 만이야,,맛있다.."
너스레 한마디도 인사삼아 전하곤 잘도 먹는다.후후후
아버지 근무 학교에 따라 다니느라 어렸을땐
참,전학도 많이 했었다.
초등학교 친구를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것도
그탓이 컸으리라.
고학년이 되고선 정착(?)을 했었으니깐.
그때 삼총사처럼 같이 몰려 다닌 친구가 있었다.
전학온 나를 친절하게 대해준 두 친구들...
그 중 한아이가 어느 날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었다.
슬프기도 하고 그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곤 싶고,
겨우 생각해 낸것이 집으로 불러서 점심 한끼 대접하는 것이었다
엄마를 졸라서 내가 좋아하는 잔치 국수를 먹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은 잘 보이지도 않는 호마이카 상에
잔치 국수를 먹으면서 얼마나 마음이 뿌듯했던지......
기억은 어디선가 있다가 툭 건들면 쏟아지는 준비 자세를 가졌는지
잊혀졌던 그 아이 얼굴도 마구마구 떠오르고
그 상의 무늬도 선명하게 보여진다.
국수 한그릇 게눈 감추듯이 비우고 나니
하나 둘 켜지는 밤의 도시빛처럼
잊혀진 내 마음의 불빛도 밝기를 더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