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껍질을 까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기 위해 잠시 하던 일을 멈춘다.
한쪽에선 칼질하는 소리들이 또각또각
박자에 마추듯 귓전에 들려온다.
어느 자수성가한 목욕탕집 주인의 말이
생각난다.
목욕탕 청소를 마치고 탕속에 쏟아져 나오는
물소리가 어찌 조수미의 음악소리와 견주겠느냐는..
바쁜 시간속에 잠시나마 미소지어 보는 시간이다.
2월부터 시작된 나의직장. 초등학교 급식실.
하얀 빵떡 모자를 눌러쓰고 긴 앞치마를 두르면서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일사불란 하게 움직이는 엄마들의 손놀림에서
아이들의 점심 식사가 만들어지고 11시30 분이 되면
어김없이 식당을 향하여 밀려드는 우리의 손님들이
찾아든다.
"더 주세요" "덜어 주세요" 주문도 가지가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숟가락 움켜쥐고 쳐다보는 눈망울이
이쁘다.
땀 뻘뻘 흘리며 튀겨낸 음식들을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아이들을 볼땐 안타까운 마음 가득하고..
달리기 경주라도 하듯 식당 끝에서 끝까지 뛰는 아이들에겐
호된 꾸지람을 주기도 하지만 어느 하루 뛰지 않는 날은
없는것 같다.
불안했던 남편의 직장으로 인해 보탬이 되고자 들어오게된
애들 학교의 급식실.
우리 네가족의 식사만을 담당했던 나.
1800 여 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의 식사를 13 명의 엄마들이
해내야 하는 힘든 일이다.
중량의 물건들을 들어야 해서 나의 어깨가 수난을 받아야
하는 고통이 있기도 하지만 어디선가 "엄마" 하고 부르는
내 아들의 목소리에 시름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