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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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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지금처럼 ...


BY 쟈스민 2002-04-23

늘 지금처럼 ...

아이의 숙제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평소에 가정에서 자녀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내용에 대하여 엄마가 글을 써달라는...

주말에 시아버님 생신을 우리집에서 차려드린 터라 이른 퇴근을 마치고
일찌감치 자리에 들어 오늘 하루쯤은 푹 쉬어야지 하는 맘을 먹고
서둘러 집안일을 마쳤는데 ...

아이들은 저마다 숙제와 준비물을 챙겨달라 한다.

글을 써야 하기에 늦은밤 컴앞에 앉아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해가며
효도에 대한 글을 쓰고 있노라니 마치 내가 초등3학년 아이가 된 기분이다.

정작 아이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여덟살 작은아이는 엄마 곁에 앉아서
그 글을 모두 읽어 내리고는 "엄마 나 너무 감동했어요 ..." 하며 눈물을 터뜨린다.

아직은 어린 나이일텐데 그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이 전이되어 그 조그만 입에서
감동했다는 말이 나올수 있다는 것... 눈물 흘릴 수 있는 깨끗한 순수함이
무엇보다도 예쁘고 신선해 보였다.

글을 다 쓰고 났을 무렵 여덟살 아이는
자신의 준비물인 콩주머니를 만들어 달랜다.

실 바늘을 꺼내고, 작아서 못 신는 양말을 뒤집어 꾀멘 후에
콩을 넣고 예쁘게 오므려 한땀 한땀 정성스런 바느질을 한다.

문구점에 가면 파는 것도 있다고 들은적은 있지만
아이에게 잠시나마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어서인지
아이는 엄마의 손이 마술이라도 부리는 양 흥미롭고 재미있어 했다.

그렇게 콩주머니 두개를 만들며 나는 잠시 어린시절 운동회를 떠올릴 수도 있었으며,
아이는 저걸로 무슨 놀이를 할 수 있으려나 즐거운 상상에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제 10살 난 아이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내용을 글로 쓴다는 일도
늦은 밤 평소 익숙지도 않은 바느질을 해 콩주머니를 만드는 일도
언뜻 보면 참 귀찮은 일일수도 있었다.

무척이나 피곤한 월요일밤 그렇게 일찍 자리에 들지는 못했지만
잠시나마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맑고 순수한 눈물을 초롱한 눈에서 주르륵 흘리는 아이를 보듬어 보며
늘 지금처럼...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 주었다.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아이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글의 내용으로 하고,
엄마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지는 효의 실천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교육의 효과에 대하여 썼다.

잘쓰는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 끄적이는 습관이 조금은 도움이 된듯 하다.

늘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잘 자라주는 것 이상의 효도가 있을까?

아이들을 키우며 다시금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어서
피곤하지만 행복한 저녁나절이었다.

늘 지금처럼
사랑이 샘솟는 가정
푸른 식물이 생동감 있게 잘 자라는 가정
아이들이 맑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가정을 만들기 위하여

나는 오늘도 나의 일터에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또 하루를 살아내어야 하겠지 ...
늘 지금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