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17

결혼기념일에 그려보는 자화상


BY 아침커피 2002-04-19





꽃향기가 지천으로 가득하고 
풀내음이 물씬 풍기는 계절 
난생처음 백합같은 드레스를 입고 사월의 신부가 되었다. 
오늘도 그날처럼 무수한 꽃들이 피고 지고 
햇살 또한 변함없이 한없이 따스하기만 하다. 
그런 세월이 세번 흐르고 네번째 맞는 결혼기념일이다. 

그 옛날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게 문득 떠오른다. 
"나도 정말 나이를 먹을까?" 
세상 사람들은 늙고 나이가 먹어도 
유일하게 나만은 나이를 먹지않을거다 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생각을 한 번 가져본 적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거침없이 흐르고 흘러 
긴 머리 그 소녀에게도 무상한 변화를 주었고 
지금 또한 세월이 가는 그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동안 나는 참 많이 변해 있었다. 

엄마라는 생소할 것 같지만 
아주 당연한 이름이 주어졌고, 
그래서 그기에 맞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많이 부족하지만, 좀 더 새로운 엄마로 태어나기 위해 
어설픈 오늘을 살고 있고 
자의든, 타의든, 내가 선택한 삶을 운명이라 생각하며 
날마다 조금씩 나를 비워가는 연습을 하면서도 
무슨 미련이 남아서인지 자꾸 
뒤를 돌아보는 못된 버릇이 생겨버렸다. 

현명한 사람은 
변화된 삶에 대한 당면한 과제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이고 그리고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현재에 재빨리 적응할 줄 아는 
사람임을 뻔히 알면서 말이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결혼하여 행복합니까?" 라고 묻는다면 
"예" 하고 선뜻 대답은 안 나오겠지만 
하지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 또한 있는 법. 

앞으로 가야할 길이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인지, 냉혹한 길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외면하며 살아갈 수 없듯이 최선의 노력 아래 
나만의 보폭으로 또다른 내일을 걸어가겠지. 
그래서 훗날 다시 나를 뒤돌아볼 때 
넉넉한 웃음은 아니어도, 흐뭇한 미소라도 피어오른다면 
적어도 이 세상에 살고 있음이 부끄럽진 아니하겠지... 

산다는 것은 
용서와 이해의 옷을 번갈아 입으며 
주어진 현실에 맞는 행복의 옷을 찾는 것. 
어제의 고난도 오늘의 지침으로 삼으며 
희망의 내일의 꿈을 설계하는 것. 
그 마지막 남은 꿈을 위하여 
오늘도 나는 내 주어진 길을 묵묵히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