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70고령에 아들들의 성화에 못이겨 재혼한 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집 사람이!" 라고 말할때 돌아가신 부인 생각이 나서 잠시 멍! 했습니다.
돌아가신 전처는 남편 출근시킨후 그대로 집에서 쓰러져 소천하셨습니다.
한평생 자녀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하며 고생도 엄청나게 하셨습니다.
더구나 지방 출장이 잦았던 남편, 성격도 까다로우신 어른이셔서 그 부인은
고목나무 속처럼 텅빈 속내를 갖고 사신것을 주변 사람들이 잘 압니다.
내성적인 성품이셨던 부인은 내가 한 20여일 함께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무척 차가운 성품이셨고 마음을 더디 열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여행이나 다니시며 "인생 석양길도 아름답구나!" 할 무렵에 홀연히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 집에 언니! 언니! 하면서 살림을 도와주고 말동무를 해주던 분이 계셨습니다.
자녀들은 아내를 먼저 보낸 아버님에게 이 분을 재취로 맞게 하였습니다.
완강히 거부했지만 실은 부인이 살아계실 때
"내가 죽거든 남편을 부탁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녀와 외국 여행 다니시며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말이 많습니다. 먼저 부인은 고생만 하고 돌아가시고 늦게 결혼한 새 부인은
여행만 다니니 '이게 무슨 일이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여인의 분복을 누가 나무랄 수 있겠는지요?
내외분을 지극정성으로 받들다가 허락된 복이 아닐런지요?
그리고 이제 그녀가 누리는 복뒤엔 병들고 헤어지는 일만 남지 않았겠는지요?
밭가는 소가 먼저 곡식 맛을 보는 것처럼 고생하셨던 전처는 이미 고난의 값진
떡을 잡수셨고 새부인은 차려논 밥상에서 맛있는 떡을 조금 맛본 후 설거지하고
치워야 하는 궂은일이 남지 않았을런지요?
왜 단편만 보고 남의 복을 왈가왈부 하는지?
왜 우린 누구 행복한 꼴을 못 보아 주는건지?
먼저 죽은 후 다른 여자가 시집와서 여행만 다닐지 모르니 오래오래 살자!
남편만 인삼 다려먹이지 말고 함께 마시자! 하며 열변을 토했지 뭡니까?
하지만 말입니다. 인생의 분복이 달라 남의 닦아놓은 길을 누리기만 하는 복이
있다한들 어찌 나무라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