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술을 맛 보게 된 것은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가서였다. 여느 학생들 처럼 술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을 했다고나 할까 누가 술을 사가지고 왔는지는 아직도 모르고 어쩌면 평생 모르고 죽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가 불량 여학생이라든지 문제아는 아니였다. 지극히 평범하고 모범생이라고 할 수 있는 여학생이였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그때 그 처음 술을 입에 대었을때의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흔히들 말하듯, 소변을 먹은다면 아마 그 맛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 야릇하면서도 씁쓸한 그 맛이란...
그랬던 내가 이젠 제법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중년 주부가 되어버렸다. 남편과 술잔을 부?H히면서 "캬! 좋다. 으음 알딸딸 하네" 하면서 약간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 참 사람 많이 변한 것 같다. 나는 가끔 사람은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그 사람을 닮아 간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내 자신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지독히 술을 좋아하셨고 그 술 때문에 우리가, 아니 내 자신이 상처를 많이 받아야 했던 아버지를 내가 너무나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땐 왜? 술을 마시는지 아버지가 이해가 안 되었었다 그리고 늘 술에 쩔어서 살아가시는 아버지가 그렇게 밉고 싫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니나 오빠는 그런 아버지에 대해 불평 한마디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렇듯 술을 미워했던 내가 술을 좋아하고 즐겨 마시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별로 불평이 없었던 언니나 오빠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술은 그렇듯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