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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BY sansa6 2001-03-15

옷을벗고 시트위에 눕는다.
가슴을 약간 내놓고...
조금 올려볼께요..
이번엔 내려봅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0.5초쯤 깜박 숨이멎는다
배터리가 나갔다가 돌아온다
이번엔 50에다 맞추지? 네
아주 상태가 좋습니다
오래 갈까요? 또하는것 무섭거든요.


어제 신촌에있는 병원에 정기검진예약일이다
내몸이 아니라 기계가 무사히 잘 돌아가는지
검사하러 가는 날이다
x선 촬영하고 심전도체크, 왼쪽 가슴위에 심어논
심박동기 조작해보는데, 의사 선생님이 x선필름거는순간
못볼걸 봤다. 가슴사진, 앞으로한장 옆으로 한장
꼭몇년전 유행하던 사오정전화기모양의 기계의 생경스러움,
그런데 작년에도 못보던 저 배부분의 허연쿠션은 뭐지?
내가 방석안고 찍었나? 글쎄 x선사진에 비계덩어리까지
찍힐줄이야 너무창피해 지방도 찍히냐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선천적으로 부정맥이지만 싱싱할적 아픈데없이 씩씩했는데
물건이나 사람이나 낡으면 탈이 나나보다.
작년에 갑자기 쓰러져 그유명한 119구급차도 타봤다 심장박동기
그기계의 도움을 받아야만 오래살수있다니 아직 어린 아이들봐서
오래 살자고 그때부터 난 기계인간이 되었다
얄궂은 후유증으로 왕성한 식욕이생겨 한달만에 풍만한 여인이
되었고 딸은 볼때마다 '엄마 뱃속에 아기 언제나와' 놀린다.
하지만 나오는배는 정말 인격이고 여유더라
살이찌면서 무얼 마음에오래담아두고 화나고 스트레스받고하지
않음을 스스로 느낀다.


검사끝나고 근처식당에서 동생과 식사를하고
김옥길기념관카페가 있다고 가보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시도한 건축이라는데
시멘트로만짓고 창틀이없이 바로 유리를 끼웠다
참요즘은 재주들도 좋아 어떻게 끼웠을까 궁금해 기웃거려보고
김옥길님의 사진이걸려있는 커피향좋은 카페에 앉아서
겨우 생각한것이 온통 바닥도 벽도 시멘트라 청소하난 정말 쉽겠다
쓱쓱 물걸레질 대걸레질이면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벽지낡을일도없고
바닥새로 깔일도 없다고.
아줌마는 아줌마다 어디가겠는가.
하지만 향좋은 매실차는 음미해가며 우아하게 마셨다

집으로 돌아온 끝은 별로다
너무늦게왔으니 형님의 새침한 얼굴
동생이 점심사준대서 좀 늦었어요 형~~님
내속도 조금 아주조금은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