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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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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세상 사람 모두 행복해 보이던 날


BY 바늘 2002-02-06

아침 나절 점심 약속이 있어 거울 앞에 앉아 정성스레 눈 깜박여 가며 발랐던 마스카라가 눈물에 얼룩져 먼지 쌓인 장독대 마냥 구질하게 흘러내렸다.

그렇게 보여지는 그림만이 아니고 마음속에 얼룩은 더 달록하여 한없이 서글퍼졌다.

외출했다 귀가하면서 아파트 현관에 놓여진 우체통에 한통의 편지와 마주하면서 언제나 처럼 이 결코 강하지 않은 면역체는 또 다시 다리에 힘이 빠지고 손까지 떨렸다.

언제까지 난 이런 예고치 않은 편지를 받아들고 죄인이 되어야 하는걸까?

엄연히 부부는 헤어지면 남이라던데 난 헤어지지 않은 그 이전 이기에 이런 괴로움에 술렁여야 하는것인지 내 현실이 너무 답답하여 눈물이 눈물이 그렇게 바보 처럼 흘러내렸다.

순간적이지만 모든것들에서 자유로와질 그런 허망한 생각마저 들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보다 죄다 행복해 보이던날 그런 오후가 내앞에 빙긋거리고 방향도 없이 항상 나는 피해자여야 하는지 억울이 그득하였다.

왜 나와 함께 살아가는 그사람은 모든것을 혼자만이 저지르고 나는 예고없는 강경한 수많은 낱말들 속에서 작게만 조여드는지...

나 어렸을적 부터 이북에서 피난나와 자립하신 생활력 강한 할머니에게 늘 귓전에 박히도록 들었던 말중에 하나가 남의 빚을 무섭게 알라 하시고 절약하면서 규모있게 살으라 하셨기에 결혼 20년 나름대로 살뜰 살았왔건만 어쩌면 이렇게 매사 돌발적으로 괴로움을 나에게 주는것일까?

이제 난 점점 싸우기도 지쳤고 이유를 물어 하나 하나 적어가기는 더욱 힘에 부친다.

귀가시간이 늦어져도 왜 새벽이냐고 묻기도 싫고 오손도손 둘러앉은 저녁 식탁을 함께 하자고 말건네기도 희망사항 같아서 던지기 싫고 오늘처럼 법적대응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협박조 활자화된 경고의 편지도 왜였냐고 콕콕 찍어가며 말하기도 싫어진다.

그런데 왜 눈물은 싫어도 나 좋다고 흐르는지...

나아닌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해 보이던 날 바보처럼 가슴이 미어져 저며드는데 학교갔던 딸아이가 올해 교지가 발간되었다고 엄마 보세요 한다.

작년말 원고 부탁을 받고 학부모 입장에서 편안한 글을 한편 써달라기에 보냈던 글이 또박 또박 활자화 되어 책으로 나왔다.

작년 여름 동네 사진관서 찍었두었다 보낸 사진도 글위로 네모 반듯하게 자리하고 조금은 여릿하게 미소지은 얼굴이 그렇게 거기에 놓여져있었다.

교지에 실린 글을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가만 사진도 들여다 보았다.

세월이 흘러 먼훗날 이런 날들이 그저 힘들었던 날들속에 작은 기억으로만 남고 세상 누구에게라도 난 너무나 행복해하며 외칠날이 올까?

언제고...

언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