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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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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1


BY 바다 2000-08-08

내 유년의 기억으로 가는 길목엔 항상 낙화가 있엇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시작은 우물 가득 떨어진 꽃잎과 함게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있던 우리집 , 그리고 집뒤로 흩어지는 하얀 연기...솔내음..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의 중앙을 차지하고 앉은 우물과 마당을 가로질러 보이는 시커먼 부엌과 마루를 사이에 두고 마주 들어선 방 두개.
그 검은 부엌. 더이상 검을 수가 없던 ... 아마도 그을음 때문이었겠지. 아침 저녁 두번 방골에 불이 들어갑니다. 처마밑의 장작은 왜 그리 아껴두셨는지... 엄마는 가으내 뒷산의 마른 솔잎을 나뭇간 가득 거둬놓고 그걸로 겨울 방불을 때셨습니다.간혹 풍구를 돌려 왕겨를 태우기도 하고 짚단이나 깻단을 태우기도 하셨지만 거의 솔잎을 때셧습니다. 그러다 간혹 마른 청솔가지라도 들어갈라치면 온 집안이 흰 연기와 매운 솔내음으로 가득찻습니다. 엄마의 옷엔 그래서 여름을 빼놓고 항상 솔냄새가 배어났습니다.
그 아궁이란 것이 이상하게도 할머니나 엄마가 불을때면 연기가 굴뚝으로만 나갑니다. 하지만 내가 밤이라도 구울라치고 불을 때면 흡사 불이라도 난듯 연기가 온 집안에 가득 차버립니다. 불을 아궁이 너부 깊이,또는 너무 가까이 넣으면 제대로 타지 않는다는걸 알게 된건 한참 후의 일이엇습니다.
그 불에 묻어둔 군밤 몇알에 밖으로 나가라는 엄마의 말도 듣지 않다가 다 타버린 밤알을 발견하고서야 눈물을 흘리며 징징대고 부엌을 나서곤 했엇습니다. 그대 느껴지던 슬픈 솔내음...엄마의 옷엔 그래서 여름을 빼놓고 항상 솔냄새가 배어났습니다.
아마도 이 다음에(아주 오랜 다음이 되었으면..) 엄마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게 되면 아마 엄마의 흔적은 그 솔내음으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