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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는 주제를 알아야 한다?


BY pinekone 2002-01-10

우리 사무실은 공단지대에 있기 때문에
넓은 공터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개를 두마리를 키운다.
한놈은 아주 덩치가 큰 진돗개와 야끼다의 혼종이고
한놈은 이름도 족보도 없는 발발이과의 개이다 (이름하여 갑순이)

무늬만 진돗개인 덩치 큰넘은 어찌나 식성이 좋은지
사료도 그렇고 음식찌꺼끼,심지어는 과일까지 후딱 헤치운다.
계란 한판을 하루에 다먹으니 원....

문제는 족보도 없는 일명 똥개인 갑순이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어 절로 "측은지심"을 일으킨다.
다른 사람들이 그 개를 보고 나면
한마디씩 던지는 말이 있다.

"어휴...사무실에서 키워서 삐쩍 말랐네...좀 잘 좀 먹여요..."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이 곱지 않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름도 없는 똥개가 우리를 동물학대하는 사람들로 몰고 있군...
그러나 실사정은 다르다.
갑순이는 햄과 우유와 계란이 떨어지지 않게 먹이고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료는 입에도 대지 않기 때문에
슈퍼에서 파는 덕용 햄을 열심히 사다 나르고 있었다.

그러면 모하누...
피골이 상접하여 보는이들로 하여금 "쯧쯧"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하니..

어느날이었다.
이녀석이 햄과 우유조차도 입에 대지 않고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그날 심기도 좋지 않았던 우리 오너가 말을 던진다.
"우쒸~~~~~ 족보도 없는 똥개 주제에 음식을 가렷!!!!!!!!
너...인제 쫄쫄히 굶어봐...
오냐 오냐 하니까 저 넘이 왕족인줄 착각하는군....
낼 부터 굶겻!!!!!"

그날 이후로 우린 똥개길들이기에 동참했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피골이 상접한 갑순이가 내 곁을 지나다닐때는
맘이 쓰려온다.

"그래...넌 똥개란다...그러니 똥개처럼 살라니 어쩔수 있니?"

갑순이가 배가 곯을데로 곯아 사료 먹기만을 기다렸지만
영...결과가 신통치 않다.

그래서 먹을것을 사다주고 싶어도 똥개길들이기에 좀더 인내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하지만...그 똥개 길들이기는 사일만에 막을내렷다.
바로 똥개처럼 키우자던 오너가 보다 못해 햄과 우유를
다시 주섬주섬사가지고 나타난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갑순이는 똥개가 아닌가 싶다.
꼬리를 정신 없이 흔들며 며칠 구경못했던 음식을 먹고 있는
갑순이를 보니
똥개처럼 살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주제파악을 못한것이 호위호식의 길ㄹ로
들어서게 한것같다.

어쨌든 맘은 편하다.
그래도 정이 들대로 든 갑순이가
쫄쫄히 굶는 꼴을 안보게 되어서 말이다.

참나..나도 못먹는 햄을 먹고 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