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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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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뜩


BY 공주 2001-03-03

잡지에서 작가 서영은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소실 출신인 작가가 이야기를 하는 삶. 본부인 출신인 나는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문뜩.
본부인 출신인 나는 소실 출신인 늙은 작가를 보며 헤세의 데미안이 떠올랐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상이다..........

난 본부인의 알을 깨고 있지 못하는것일까.
나는 남은 생을 본부인의 알, 기성세대의 알,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알에서 살다 죽게 되는것일까.
옳고 그름을 따지는것이 아니다.
막막한 난감함이다.

데미안은 초등학교 6학년때 읽었다. 저녁무렵 잡은 그 책을 난 밤이 새도록 눈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헤세의 데미안에 허우적거렸다.

초등학교 6학년의 나는 당당한 싱클레어였다. 난 몰라도 괜찬았고, '과정중'에 놓여져도 괜찬았다.
문제는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싱클레어라는것이다.
가끔씩 어설프게 누군가의 데미안이 된 척을 하지만, 그건 사기다.
난 아직도 모르고, 아직도 과정중인데, 왠지 이제는 그 사실이 괜찬치가 않아진다. 자신이 한심하다.

난 소실 출신의 늙은 작가를 이해하고 싶어하는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매끄러운 글솜씨에 사기를 당할까봐 내 알을 더 꼭꼭 여미고 있는것일까. 내 안의 띨한 싱클레어가 그냥 괜히 이 아줌마를 들쑤시는것일까, 심심해서.

난 얼마나 알고있는것인가.
나의 '과정중'은 도데체 끝이 날 가망성이라도 있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