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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덩어리----


BY 부 초 2002-01-09

배 고프던 시절엔 찬밥 더운밥 가릴것 없이 꿀맛으로
먹었는데 요즘은 찬밥이 옆에만 있어도 밥맛이
떨어진다. 요즘같은 핵가족 시대에 아무리 알뜰한
주부가 가족수에 맞게 밥을 짓는다고 해도 몇일에
한번씩은 찬밥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리 저리 굴리다가 쓰래기
봉지안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여보, 밥 할때 찬밥을 같이 덥히지 그랬어?"
오늘 아침도 아내는 찬밥을 국에다 말아서 먹고 있다.
내가 찬밥 먹기가 싫으면 여자도 먹기 싫은것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누가 아침부터 찬밥 먹기 좋은
사람 있겠는가? 나는 죽어도 먹기가 ?昇?옆에서
아내가 찬밥을 아무 말없이 먹는 것을 보니 미안해서
한마디 던저보는 것이다.
가족에게는 새로 지은 밥을 퍼주고 자기는 찬밥을
국에 말아 먹는 아내.....
밥숫가락이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기는 하는데
마음은 그렇게 개운치가 않다. 그래도 찬밥을 같이
나누워 먹자고 말을 못하고 먹던 밥그릇을 비우고
일어선다. 음식물을 버리기가 아까운 마음에서 인지
자기보다 가족을 더 사랑하는 마음에서 인지는 모르나
아무 말없이 옆에서 찬밥을 먹는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젊어서 티격태격 부부싸움 할때에는
"짐 싸가지고 친정으로 가버려...당신하고
살고 싶지 않으니까"
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친정부모 다 돌아가시고 형제들
결혼해서 뿔뿔이 흩어저 살고 있으니 친정이라야
지금은 마땅히 갈곳도 없다.젊어서는 화나면
무슨 말인듯 못했을 까 마는,지금 그런말을 한다면
여자의 가슴에 비수를 꼽는 거와 같지 않을까?
옆에서 찬밥 덩어리를 국에 말아 꾸역꾸역
입에 넣는 아내가 오늘따라 더욱 측은하게 보인다.
여자 팔자는 뒤엄박 팔자라고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되는데....."
내가 늦게야 철이 드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