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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BY phhs423 2002-01-09

바람에 덜커덩 거리는 창문 소리에 눈을 뜨니
아직 이른 아침이다.
6시에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압력솥에
어제 저녁에 불러놓은 쌀을 앉히고, 어제 죽도 시장에서 사온
꼬막과 미역으로 반찬을 만들고,
남편 도시락을 씻어놓고, 시계를 보니 5시 조금 지났다.
남편이 일어나기까지의 시간이 좀 남았다.
짧은 몇분간의 여유를 난 만끽하고 싶어,
뒷베란다에 나가 창문을 조금 여니 신선한 새벽 공기와
상쾌한 겨울비의 차가운 느낌이 넘 좋다.
검은 새벽에 내리는 비는 한낮에 내리는 비보다
운치있다.
불빛에 반짝이는 빗줄기가
창밖으로 손을 내민 내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감촉이 넘 좋다
손끝이 빨갛게 시리도록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딸그락 딸그락" 거리는 압력추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렌지의 불을 끄고 냉장고에서 많지 않은 반찬들을 진열하고 수저를 깨끗이 닦아내고
마지막으로 우리 남편 좋아하는 구수한 숭늉을
밥그릇 옆에 나란히 놓았다.
5시30분이다.
남편을 깨우고 도시락을 싸고 커피랑,녹차랑 간식거리를
도시락 가방안에 얌전하게 놓는다.
"자기야 지금 창 밖에 비온다."
"비온다고? 밖에 걸어놓은 과메기는?"
아차,어제 어머님이 주신 과메기를 엮어서
베란다에 걸쳐놨는데.....
겨울비때문에 또 남편한테 한 소리 들었네.
비에 젖은 과메기가 비릿한 냄새를 풍기면서
처량하게 젖어있었다.
다시 말리면 되지.
우리 남편 좋아하는 술안주 하나 날라갔네 ㅎㅎㅎ
그놈의 겨을비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