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군 정신전력 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진행 중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97

여름소묘4 (방학)


BY 풀씨 2000-08-06


"언 눔이 그랬노 이런 싸가지 없는 자석들이 으잉"

새벽 댓 바람부터 춘보아저씨 고함소리가

온 마을 골목골목을 휘젓어 놓았다

"여보게 춘보 무신일이고?"

논에 갔다가 내려오던 삼식이 아버진가 보다

"우떤 눔들이 어젯밤 우리 참외를 서리 했다 아입니까

이것좀 보이소 죄다 넝쿨을 조졌다 아입니까"

끊어버린 참외넝쿨을 가지고 왔나보다

"하이고 무시라 그리 마이 조졌나

이 눔의 자석들 서리를 해도 넝쿨은 조심해서

한,두개 따다묵지 남에 농사 다 망쳐놨네 쯧쯧쯧"

삼식이 아버지 혀 차는 소리가 멀찌감치 사라지고

"내 요노무자석들 찾아 기냥 안둘랍니다"

춘보아저씨의 화통같은 목소리가 뒤를 이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여름방학이라 서늘한 새벽공기속에 늦잠을 자겠다고

동생하고 누워있다가 그 시간에 오줌이 마려워

일어날께 뭐꼬

춘보아저씨 고함소리에 잠이 십리밖으로 달아났다

우리가 어젯밤 무신일을 한기고 춘보아저씨네

참외밭에는 어젯밤 순점이,선옥이,정옥이,점자,

명심이, 나 , 요렇게 갔던긴데 우짜모 좋노

가슴이 벌렁거리며 아무래도 들키모 경을 칠것 같다

누가 나타날까 싶어 발에 참외넝쿨이 걸리는것을

끊고 휘젓고 다녀서 저래 화가 났나보다

어젯밤 뒷 개울가에 멱을감다가 배가 출출한김에

노랭이로 소문난 춘보아저씨 밭에 간것이다

춘보아저씨는 봄에 딸기농사를 짓고나서

딸기줄을 걷어가면서 그기 ?p개 붙어있던 딸기를

우리가 따먹는다꼬 엄청시리 혼을 내곤하던

노랭이 땡보라서 우리가 춘보아저씨네 밭에가서

서리하자고 만장일치를 보았다

밤이 꽤 깊어 인적도 없고 어젯밤 춘보아저씨

5촌 당숙이 상을 당해 그기로 춘보아저씨가 가고

없다는 정보를 어른들로 부터 들은바라

우리들은 더 용기를 냈는지 모른다

어쨌든 춘보아저씨는 없다캐도 다른 누가 볼까싶어

앞,뒤,생각없이 잡히는대로 따고 넝쿨줄이 따라올라오면

손으로 툭툭 분질렀던 것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누워 있을수 없게 ?榮?

살그머니 홑이불을 걷고 밖으로 나왔다

아랫집 선옥이네 집을 기웃거려 보니

선옥이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 니 아까 춘보아저씨 소리 들었제"

" 응 큰일이다 우짜모 놓노"

우찌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와서 아침을 먹고 엄마 눈치가 보여

방학책을 펴 놓고 하는둥 마는둥 대충하고

아이들이 모일만한 곳에 갔다

어젯밤 모였던 아이들이 모두 있었다

"딱 잡아떼고 모린척 하는기라 누가 우리 본 사람

있나 너거들 절대 모린척 해라 잉"

그래도 한살 많다꼬 순점이가 이렇게 시켰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저쪽 골목모서리 쯤이 왁자해졌다

"봐라 요노무 자석들아 너그 아이모 누라 이리

하끼고마 이실직고 하그라마"

춘보아저씨가 누굴 잡고 하는 말인것 같다

" 아재요 내사 모립니다 내는요 어젯밤 일찍

잤다꼬예"

동길이 목소리였다 우리동네 제일 개구장이

동길이였다

"니 내 놀리나 니하고 이자슥하고 또 누고?

너그 아이모 누가 이런짓 하끼고마"

어림없는 소리마라는 투로 아저씨가 말했다

"하이고 미치고 팔딱뛰겄네 아이다 쿤다 아입니까

우리는 아이라꼬예"

아저씨는 동길이,맹찬이 손을 끌고 지서로 가자고

했다

"아따 이자슥들 보소 참외가 묵고 싶으모

참외만 따지 넝쿨까지 와 다 끊어 놓노 말이다

넘 농사 망하는 꼴 볼라 그랬나 이눔아"

"참말로 미치겄다 이거 놔 보소 누가 내가

했다 쿱니까"


동길이는 길길이 뛰기 시작했다

손을 홱 빼내고는 돌담장에 지 머리통을 찧기시작했다

"억울해서 몬산다 억울해서 몬산다

헝헝헝"

우리는 간이 콩알만 해져서 그날은 재미있는

놀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각자 집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어른들이 모여 하시는 말씀들이

워낙 동길이가 아니라꼬 말하니 춘보하저씨도

이웃동네 머슴아들이 한짓 같다고 하면서 이웃동네로

가셨다고 한다

설마 가스나들이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하신것 같다

하기사 우리가 서리라꼬 해봐야 겨우 오이서리,

단감서리, 고구마서리, 정도고 그것도 ?p개 표시

안나게 따다먹는 정도였지 그렇게 밭을 망가뜨린

예는 없었으니 선 머슴아들 짓이라 오해할만 했다

우쨌든 춘보아저씨는 삼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머스마들을 족쳤는데 그래도 이눔이다 싶은 머스마가

없었는지 ?p일 소동 끝에 잠잠해졌다

하기야 춘보아저씨가 요새말로 심증은 가도

이눔이 그랬다는 확실한 물증이 없으이 그랬겄지마는

그래도 찜찜 했던지 땡보 노랭이가 ?p일후

움막 비스무리 한것을 밭둑에 지어놓고 그기서

잠뿐만 아니라 아예 생활을 한다고 했다

암만도 참외 수확 때 꺼정 그기서 살것이다

잠잠해진후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의 즐거운 방학생활을 되찾아 다시 활기에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