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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79) *머나먼 배움의 길*


BY 쟈스민 2002-01-07

오늘 하루는 그 어느때 보다도 바빴다.

그러면서도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십대와 삼십대를 다 바쳐서 무엇인가 한 우물을 파겠다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내기라도 하듯 그렇게 걸어온 길이
어쩌면 너무도 편안함만을 추구하느라 나태하기만 하였던 건 아니었을까?

가만히 내 자신을 비추어 보고 싶어진다.

컴의 자판을 두들기는 일쯤은 이미 일도 아닐만큼 나는 많은 글자들을 만들어내며 일이란 걸 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오던 날중의 하루일 뿐인 오늘은 내게 뭔가 문제를 제시해주고 있었다.

평소 자주 사용하고 있지 않은 프로그램을 써서 일을 하는 내가
스스로가 생각하여도 너무 서툴러 보였다.

학창시절의 빛이 나던 그 눈빛은 다 어디로 가버리기라도 한 걸까?

불과 얼마전에 사용했던 기능도 기억이 나지 않는 듯 했으며,
소경 돌 다리 건너가듯 나는 오늘 그렇게 일을 해내고 있는 나를
볼수가 있었다.

배움이라는 것은 누군가에 의하여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텐데,
나는 그동안 얼마안되는 얄팍한 지식나부랑이로 그럭 저럭 버티며
살아가려 하진 않았는지 나 자신이 돌아봐진다.

아무리 쉽고, 아무것도 아닌것도 자신이 모르고 있을 땐 한 없이 답답하기만 한 노릇임을
정해진 시간내에 해내야 하는 스피드가 요구되는 일을 하며 더더욱 실감한다.

어떤 지식이든 알고 나면 아 그렇구나...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고마는 걸텐데,
나는 이제 내게 스스로 공부하며 살지 않으면 안됨을 일깨워 주어야 하나보다.

왠지 아무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혼자서 배워낸다는 것은
또 다른 설레임과 기쁨을 안겨 줄 것만 같다.

이젠 앞에서 끌어주는 선생님도 내겐 없는지 모른다.

내 스스로가 내게 선생님이 되어야 하고, 내 스스로가 학생이 되어야만 하는
아마도 난 그런 시간을 간절히 원하고 있지 싶다.

퇴근길 책 한권을 챙겨들고, 갈피 갈피 나의 눈길 머물게 해야지 하며
새로운 벗 하나를 옆에 두려 한다.

아무것도 아닌 쉬운 문제도 모르면 한 없이 답답할 노릇이니
나도 때론 누군가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되어 보고 싶다.

최종 학교를 마치면 누구나 학창시절 보다는 배움의 기회도 줄고,
배우고자 하는 욕구도 덜 한것 같다.

그러나 이제 나이를 보태는 만큼의 깊이 있는 무엇인가가 요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아는 만큼의 힘이 생길 것 같고, 왠지 매사에 자신감이 붙는다면
그만큼 생활에 활력이 생길 것만 같다.

우리네 삶의 길이 그러하듯 나의 길이 계속되는 한
나는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는 머나먼 배움의 길을 가야만 할 것이다.

학창시절의 공부처럼 좋은 학교에 진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 공부라 해도
나를 한번쯤은 시험해보고 싶기도 하는 묘한 오기가 슬슬 인다.

너무 많은 계획을 세워서 이도 저도 아닌 그러 배움의 길이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원하는 한걸음부터 차츰 차츰 보폭을 늘려 보고 싶다.

다른이에게 보여지는 부끄러움이나, 부족함 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바라보아지는 부족함에 더 많이 부끄러워지길
제발 내게서 바래본다.

이제 새로운 책 한권 펼쳐들고서 손때가 묻어 갈 때쯤
정말 시작하길 잘 했다고 내가 나를 다독일 수 있는 시간들이 내게로 왔으면 좋겠다.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있는 내내 뭔가를 배워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서
우리 모두는 오늘도 걷고 있는지 모른다.

2002년 1월의 오늘 하루는 참 길게 느껴지면서도, 다소 헤메이기도 한 하루였다.

나는 그런 하루속에서 뭔가를 얻어 내야 하고, 또 다른 나를 찾아내고 있어야 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나를 이끌고 가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뿐임을 나는 오늘 절실히 느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의 배움의 기회를 내게 주어 보아야겠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하여
나는 오늘 하루를 누구보다도 길게 쓰고 싶어진다.

밤이 깊도록 뭔가에 몰입해 볼 수 있는 시간,
색다른 시간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때론 낯선 이방인이 되어 나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스스로에게 매를 들기도 하면서,
살아있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싶다.

머나먼 배움의 길은
아마도 아주 늦은 완행을 타고 가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으로
무엇인가를 건져내기 위한
그런 여행을 나는 떠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