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93

비구니로 만드려고?


BY cosmos03 2002-01-07

일요일.
배추 다섯포기를 사다가는 대충 절구어 버무려 넣었다.
아무래도 봄 배추는 지리고 맛 또한 없을뿐더러
지금쯤 몇 포기 더 담아 놓으면 초 여름까지도 맛잇는 김치를 먹을수 있을것 같아
귀찬아도 몇 포기의 수고를 한 것이다.
보일러도 안 들어오는 주방에 쪼그리고 앉아 버무려 넣고나니
에고~ 팔, 다리 허리야~

이것도 김장이라고.
배추속에 싸서 먹는다고 보쌈을 했겠다.
돼지고기를 맛잇는 부위로다가는
된장풀고, 양파넣고... 대파도 넉넉히. 흐~읍! 맛 있겠다.
딸아이와 나는 남편보다 먼저 한 접시를 비우고는
남편은 저녁식사를 해결했다고 하기에.
바로 오늘 아침 밥상에 맛이나 보라고 보쌈을 따땃하게 데워서는
밥상에 올려 놓아주었다.
" ??..어때? "
" 맛잇네. "
" 그럼, 요기 배축속에 싸서 많이 먹어. "
' 응. 알았어. "
분위기 좋게...
눈은 테레비로들 향해있고.
손은 연신 쌈을 싸서는 입에 넣기 바쁘고.
맛잇게 먹어주는 모습. 보기에 좋더라~

한참을 아구아구 맛잇게 자시던 울 서방.
" 야이쒸~ 이게 뭐냐? "
" 왜에? "
하고는 남편이 손에 들고있는것을 보니...
허거덕~
웬 머리카락이 맛잇는 돼지보쌈 속에서 나오냐구여~
그것도 대체로 길은...
우와우~ 무안 + 당황.
요상하게도 다른 사람한테는 잘 걸리지 않는 돌이나 머리카락이
어쩌자고 한 까탈 하는 사람한테는 그리도 자주 걸리는지.
꼭 세 식구 둘러앉아 밥을 먹을라치면.
와지직~ 돌을 씹는것도 울 서방이요.
이런이런 하며 골라내어 내 눈앞에 머리카락을 바짝 디미는것도 내 서방이요.
하다못해 뉘 한톨이라도 다른사람 모두 모르는데
왜? 유독 울 서방 눈에는 그런것이 그리도 잘 눈에 띄는지...

" 옴마야~ 미안시러버라. 왜 그게 거기에 들어앉아 있대? "
" 나원~ 드러워서 "
그리고는 밥숫가락을 탁~ 하고는 놓는다.
이미 재빠르게 머리카락은 내 손에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렸건만.
그냔 대충 눈 감아주고 밥을 먹어줄것이지.
다른 까타로움은 그럭저럭 덜 부리는데.
유난히 밥상머리에서는 까탈맞다.
짜다~ 부터 시작하면 제대로 씻었느냐?
수입이냐~ 국산이냐...유통기한은 언제까지냐~
( 에구구.
드럽다 드러워.
그리도 의심많고 까탈 부릴거 같으면 네 손으로 해 먹으면 될것 아니냐? )

수도 없이 마음속으론 쫑알거려도 차마 입 박으로는 그런 말들을 내어 놓지 못한다.
" 미안해. 조심한다고 했어도...바밥 조금만 더먹지 "
눈치를 보느라 그런지 발음도 제대로 나오지를 않는다.
" 많이 먹었어. 더듬거리기는 "
" 미안하니까 그렇지 "
우리둘. 남편과 나 마음속이야 지글지글 끓던 넘치던.
겉으로는 태연스럽게 말들을 하고 있는데.
우리집 촉새.
눈치없이 마주앉아 한마디를 한다.
" 엄마! 내일부터는 밥 할때 머리에 모자라도 쓰고해 "
" 얌마, 모자를 어떻게... "
남편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리는데.
?! 울 서방.
그럼 그렇지.
한마디 안하면 울 서방 절대로 아니쥐~

" 야. 그러지 말고 아예 확~ 밀어버려라 "
" 뭘 밀어? 설마 내 머리는 아니겠지? "
" 아니긴... 네 머리지 아예 빡빡 깎아버리면 머리카락 빠질 염려도 없고 "
" 밀면? 밀고는? 그럼 목탁하나 사 주시려나? "
우리의 촉새.
" 아빠! 빡빡밀면 어떻해? 그냥 모자쓰면 돼지 "
" 아니야~ 밀어야돼 "
이론... 몹쓸 유씨네
아니, 샥아지 없는 유씨네 .
아! 물론 마음속으로만...

시사나~
돼지보쌈에서 머리카락이 하나 나왓다고...
날 졸지에 비구니로 만들려는 저누무 서방.
두상이라도 예쁘다면 또 몰라도
둘이서 옥신각신 하는 모습 보고 있자니.
내 머리 굴려지네 그려.
낼 부터는 아주그냥 돌이고 머리카락이고를 분쇄기에
갈아가지고는 두 사람 밥속에 넣어줘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