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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34

엄마산타


BY dansaem 2002-01-07

아침에 일어나니 온통 눈밭이더군요.
하지만 눈을 감상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저는 밥 하느라 바쁘고
신랑은 오늘로 잡혀있던 회의 때문에
여기 저기 전화하고,
그리고는 마당과 골목길을 쓸었죠.
이제서야 햇님이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빨래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한테서 선물을 받았답니다.
그렇게도 갖고 싶어하던 로보트를요.

크리스마스 얼마 전부터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까 안 주실까가
우리 아이들의 화두였습니다.

큰 아이는아예 체념을 했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착한 일을 한게 없다구요.
매일 동생이랑 싸우고,
엄마 말씀도 안 듣고,...

그 말을 듣고 난 신랑이 피식 웃으며
"선물 사 줘야 되겠네."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산타가 되었답니다.

성탄절 날 새벽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자는데 뭔가가 나를 툭툭 치는 것이었습니다.
큰 아이였어요.
방을 한 바퀴 둘러본 한결이는
"엄마,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안 오셨나 봐."
합니다.
제 딴에는 무척이나 기다렸나 봅니다.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 안 깨고 자는 아인데
얼마나 기다렸으면 잠을 설칠까요?
"아직 몰라. 아침이 되려면 더 남았으니까 더 자.
네가 깨어 있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못 들어오시잖아."
그렇게 재웠습니다.

포장된 로보트는 문갑위에 있었는데
어두워서 못 봤나 봅니다.
아침에 아이들을 깨웠죠.
선물이 와 있다고, 산타할아버지가 다녀가셨다고.

처음엔 어리둥절 하더군요.
포장을 뜯어서 이리저리 만지고 놀면서도
실감이 안 나는지, 의심쩍은지
마냥 좋아하지만은 않더군요.
아침을 먹고 또 로보트를 만지작 거리던 한결이가
갑자기 묻습니다.

"엄마! 혹시 이 로보트, 엄마가 갖다놓은 거 아냐?"

허걱~~!!
이렇게 조숙할 수가!
아직 그 비밀을 알 나이가 아니건만...

전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가 할머니 집에서 만화영화 보고 있는 동안
엄마가 우리 몰래 사 온게 아니냐'
는 추리까지 하는데는 정말 할말이 없더군요.
하지만 잡아뗐습니다. 끝까지.

그 결과,
지금은 산타할아버지의 소행(?)으로 믿고 있답니다.

벌써 내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산타할아버지의 일을 덜어 드리기 위해
지네 반 친구들 선물을 자기가 받아서
나눠준다네요.
산타할아버지가 너무 힘드시다구요.

자는 척 하고 있다가
산타할아버지가 들어오시면
확 껴안아 붙들겠다고 하는데
다음 크리스마스에는 가능할까요?

이 녀석들이 엄마 산타의 비밀을 언제쯤 알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