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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달린 남자 수염깎는 여자


BY 베오울프 2000-10-21








◇ 수염달린 남자 수염깎는 여자 ◇



화장을 하는 순간 순간 힐끔 한쪽눈은 삐쭉 삐쭉

삐져나온 그의 검은 턱수염을 바라보고는 어떻게

하면 저 수염을 얼른 자를까 궁리를 하느라

화장에 몰두를 못하고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난 여자는 날마다 자신을 위해 화장을 하고

남자는 수염을 깔끔하게 깎아야 한다고

혼자서 단정을 짓고선 그를 프라이팬에 멸치처럼 볶아댄다.

그런 날 아주 피곤한 여자라고 짜증스럽게

그 또한 나를 독기어린 가시눈을 뜨고 쳐다본다.

그럼 난 얼른 전기 면도기를 내밀며

내가 예쁘게 깎아줄께 하며 생기다가 만 작은 입술을 내밀면

언제 화났냐는듯이 그래 하면서 털복숭이가 된 턱을 드리민다.

지~~~~~ 하면서 수염깎이는 소리는 내남자의 멋을

내게 해주는것 보다는 그의 깔끔하게 깎인 외모를

보고 싶어서 자꾸만 면도를 해보지만 익숙지 않아서

자꾸만 수염이 면도기에 끼어서 아프다고 엄살이다.



스킨 향수보다 땀냄새가 진정한 남자의 매력이라고

우기는 내남자는 오늘도 면도하기를 거부하고

세수하고 스킨만 바르고 나가버린다.

그의 뒷꽁무니를 바라보면서 나는 또 외쳐 본다.

"프라이팬의 멸치 되기 싫으면 수염깎고 가"

속으로만 큰소리 뻥 쳐보지만 내마음을 읽었는지

턱한번 쓱 만지고는 픽웃고 간다.


가끔 수염난 턱으로 아이들의 볼에 대고

간지럼을 태우기를 좋아하고 또 가끔은 내볼에

수염으로 한방 먹이기도 한 그의 턱수염은

밉기도 하지만 애정이 간다.



오늘도 가족을 위해서 땀한방울 흘리려고 나가는

그의 뒷모습은 뾰족히 나온 턱수염의 미운 모습보다

커다란 등대로 우리가정의 앞길을 밝게 비추어 준다.


가을 햇살처럼 빠른 속도로 그에게 내사랑은

전달 되지 않지만 언제나 그의 곁에서 밝은 미소

잃지 않게 해주려고 오늘도 나는 화장도 하고

턱수염난 그를 위해서 점심 한끼를 준비한다.

오늘밤에는 눕혀놓고 또 턱수염을 깎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오늘밤에도 낚시터에 가서 새벽에 들어 올련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오면은 얼른 수염을 깎는게 오늘의 최고의 목표로 세워본다.


2000년 10월 21일 토요일

지리산 아낙네 베오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