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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낮잠을


BY 얀~ 2002-01-05

밤 늦게까지 눈이 옵니다. 걱정입니다. 여동생의 결혼날 미끄러울까봐 걱정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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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부터 엄마의 몸부림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어나 기대어 잠을 ?고,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결혼식 날 비가 오면 그렇게 말하죠 어른들이. 부자 될거라고. 동생도 눈이 내리니 부자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축복처럼 꽃눈이 내리니 깨끗한 발자욱을 남기며 시작하라고 하늘에서 기뻐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착한 여동생, 어머니를 위해 막내이면서도 나보다 훨씬 어머니를 끔찍히 돌본 동생입니다. 올케는 머리를 하러가고 어른들의 밥상을 차렸습니다. 애들도 먹이고, 씻기고 옷을 입혀서 관광버스에 태웠습니다.
...
어머니 먹을 죽을 쑤었습니다. 사과 갈고, 쇠고기 갈아 넣고 쑨 죽과, 보리물을 가지고 먹여보려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먹이려 애쓸때마다 내 손이 말을 듣지 않아, 어머니는 혀를 깨물고 피를 흘렸습니다. 잘해보려고 할수록 더 실수만 했습니다. 사과 간건 수월한데, 죽은 넣어주면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무엇인가 해보려해도 잘하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어머니 입에 서너번 피를 흘리고서야 약까지 먹일수 있었습니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심부름을 했습니다.
시계를 가르킨다.
"11시 20분이네"
뭐라 뭐라 말을 하는데 못 알아 듣는다. 몇번을 말하고 또 말하고.
"서산에 잘 도착했는지 물어보라고?"
고개를 끄덕이신다.
남편에게 휴대폰으로 어디쯤 가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거의 다 도착했다네"
엉덩이를 들었다 내려놓고 손으로 어렵게 바닥을 가리킨다.
"뭐 뜨겁다고?"
끄덕인다.
"뉘여줄까?"
가로 젖는다. 보일러란 입모양이다.
"보일러 끄라고?"
끄덕인다.
어머니가 거실의 천정을 가리킨다. 위를 쳐다보니 불이 켜져있다.
"알았어 불끄면 되자너"
물을 달라고 하셔서 물을 드리고, 큰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혼자 계신다고 한다.
"엄마, 큰엄마한테 음식 가져다 주고 와도 돼?"
끄덕인다.
"금방 가따 올께, 혼자 있을수 있지?"
끄덕인다. 눈이 녹지 않는 길을 빠른 걸음으로 간다. 큰엄마는 팔 깁스로 인해 누워계신다.
...
남편의 전화다. 서산에 간신히 도착하여 식을 끝마쳤다한다. 어머니는 안심이 되었는지 눈을 감으신다. 너도 자란 손가락질을 하신다. 누워본다. 대낮에 누워본게 언제란 말인가. 어머니옆에 누웠는데 잠이 안온다. 잡생각만 나서 부시럭 거리는 어머니옆에서 누워 책을 보았다. 부시럭 거리는 어머니, 어머니는 꿈을 꾸시고 계신가보다.
...
모두들 돌아왔다. 왁자하게 잔치가 시작되었다. 결혼식장에 참석하지 못한 동네어른들이 왔고 떡국을 끓여내고, 인사를 드렸다.
"처재가 인사하러 집에 들린대"
"신혼여행가기 전에?"
"응"
"착하네" 가슴이 찡했다. 녀석 기특하네. 어머니 보고 신혼여행가려고 그런갑네. 막내 동생 착하기도하지.
...
여동생부부와 사춘들까지 거실이 꽉차고 웃음꽃이 피어났다. 남편이 새신랑을 달아야 한다고 부추긴다. 남동생이 넥타이를 가져다 묶고 발을 때리려고 하니 누구도 때릴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남편이 아들 녀석을 부르더니 말한다.
"너, 야구 어떻게 하는지 폼 잡아봐라"
아들녀석이 명태를 잡고 그럴싸하게 휘두른다. 새신랑 발을 잡은 남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다 잘 맞춰봐"
아들녀석은 야구 스윙을 몇차례 반복한다. 이렇게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어머니의 꿈


느티나무 한구르가 반기는 동네
오가는 이 없이 낮의 햇볕이 눈밭을 뒹굴고
까치의 날개짓에 은빛 금빛 눈꽃이 날리는
그런 고향

엄마는
뽕나무 밭에서 뽕잎을 따고 있을까
오동통한 누에를 뽕잎으로 덮고 있을까
어두어진 저녁
멍석위 밥상엔
겉절이에 보리밥 넣고 고추장에 된장 떠어놓고
양푼에 쓱쓱 비벼 숟가락들 부딪히고 있을까
늦은 밤 제사음식 챙겨 머리에 이고
뒷고개를 넘고 있을까

막내 딸 결혼식장서
촛불켜고 눈물 찍고 있을까

나도 잠들면 꿈같은 고향에 가고 싶어요
버스에서 내려 구불한 길을 걷다가
잎들이 아른 거리고, 빛들이 쏟아지는
느티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고 싶어요
까치 울움 소리에 깨어
서낭당앞을 달려 엄마품에 가고싶어요
수건 쓰고, 밭을 매거나 뽕잎 따는
뽕나무 숲을 헤매며 입술이 검게 물들도록
오디도 따먹고 싶어요
아버지가 막걸리 받아오라하면
주전자 들고 논과 방죽을 지나 사들고
홀짝 홀짝 마시다 취하고싶어요
탱자나무집 머슴아 소꿉놀이,
돌밥하다 집에 불도 내고싶어요
순둥이 그 녀석 얼굴에 상처도 남기고싶어요
할머니들 담장 사이에 삿대질 싸움시킨대도
다시 그 시절로 가고싶어요
도토리나무에 매어있는 소가 풀뜯고
나무도끼로 나무를 두들길때마다
우수수 우수수 땅으로 쏟아지는 도토리처럼
그렇게 우수수 우수수 가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