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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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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나와 놀아주기(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BY 들꽃편지 2002-01-05

며칠간의 휴일이였습니다.
일요일 부터 집밖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동물처럼 잠 깨면 일어나 밥 먹고 쉬고 또 자고 먹고 쉬고,
화장실로 들락날락 거렸습니다.

일이 있으면 나가지만 일이 없으면 무기력한 나로 삽니다.
그러다가....
목요일날 오전11시쯤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한참 자던 목소리로 귀잖게 전화를 받았더니
"팔자 늘어졌군.아직도 자니?"구박을 하더군요.
"히히히"궁책해져서 웃음으로 대신했지요.

오후에 만나자고 약속도 받아내고 친구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래서 샤워하고 화장하고 밖엘 나갔습니다.

온통 얼음판이 되어버린 집 앞 아파트 길.
친구의 차를 타고 백마에 있는 카페촌으로 갔습니다.
유유하게 친구와 차 마시고 수다떨려고 만난 것이 아닙니다.
허긴 한가하고 여유있게 나와 친구와 놀 수도 있지만
일 관계로 한 분을 더 만났습니다.
내 친구의 남편의 친구(복잡한가요?)

다른 일을 배워보려고 합니다.
월요일부터 뭔가를 배워보려 합니다.
잘 될 자신은 사실 없습니다.
중년의 나이에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진짜로 자신이 없습니다.
젊은 사람도 쉽지 않은 일인데...

무슨일이고 어떤 건지 경험삼아 배워보려 합니다.
그래도 나이 먹은 아줌마에게 일을 가르쳐 준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할 수 있을까...지금도 걱정입니다.
괜히 여러사람 힘들게만 하는 건 아닌지....

이젠 어디든 가면 나이 많은 여자가 됩니다.
동네 어귀에서도
한복집에 가서 일을 해도(취미로 한복에 그림을 그립니다)
전 이제 나이가 먹은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있습니다.

뭔가를 배울려고 해도 나이가 걸려서 취업이 어렵습니다.
식당일이나 영업이나 슈퍼일이나 공장에서나 받아주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있습니다.

서글프냐도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밖에요.
그러나..
나름대로 느긋한 성격과
'걱정하면 뭐하나' 중얼거리며
훌훌 털어버리기도 하는 넉넉함도 지녔습니다.

얼음이 녹지않을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카페 창가엔 하얀눈이 기분좋게 덮혀있었습니다.
창틀에 앉아있는 임신한 고양이 한마리와 눈을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황토로 만든 벽난로에서는 통나무가
자기몸을 아낌없이 불사르고 있었습니다.

겨울이 한창입니다.
새로운 시간이 내 곁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말똥말똥 나와 놀아주는 시간이 며칠이였습니다.
베란다에서 말라버린 사랑초 꽃잎을 툭툭 털어주기도 하고
멀건이(개)에게 알아 듣지도 못하는 말을 주거니 주거니 떠들고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게 말없이 지켜 보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나와 놀아주기는 아주 자유롭지만
아주 아주 무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뭔가를 배우려 합니다.
요 일이라는 것이 공교롭게도 혼자서 해야하는 일이랍니다.
전 일도 취미도 혼자서 하는 것만 하게 되더군요.
한복에 그림을 그리는 일도 혼자서 하는 일이고..
앞으로 배워야 할 일도 혼자서 하는 일 일 것 같습니다.

그래요.
나만의 음식을 한 입 가득 넣고 천천히 씹듯
나만의 일도 소스를 듬뿍쳐서 유유히 배워야합니다.

월요일이면 나와 함께 팔을 휘적휘적거리며 출근 길에 나서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