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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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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야기 1


BY 베티 2000-10-16









<일본에 가다>

그가 처음 일본어 연수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난 무척

반대 했었다.

거의 한 달정도를 그 이야기로 줄다리기를 했다.

졸업하면 취직하고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난후엔

결혼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완전히 저버리게

하다니 적잖이 실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도 내가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러나 너무도 간절히 바라는 그의 눈빛과 고집에

나는 두 손을 들었고 4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그렇게 일본으로 떠나가 버렸다.

편지로 서로의 그리움을 전하며 하루하루 보냈지만

그가 없는 생활은 무미건조하기만 하였다.

그도 마찬가지였는지 일본에 들어오길 원했고

나는 수속을 밟았다.

그 때가 그가 떠나고 반년정도가 지난 93년 여름이었다.

결혼식을 해야만 보낸다는 친정어머니의 결의도

아홉수라서 미뤄야 한다는 시댁의 뜻 때문에

혼인신고와 약혼식으로 대신하였다.

약혼식을 치르고 이틀 후 우리는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하늘로 올랐다.

점점 한반도는 멀어지고 비행기는 구름을 뚫고

올라갔다.

이렇게 구름이 아름다울수가…

하늘 아래에서 보았던 그 흔한 구름이 아니고

동화속에서나 나올 듯한 그 모습은 감격을

넘어선 경지였다.

그의 소매를 잡아끌어 보았지만 그는 처음이

아니어서인지 나와 같은 감흥을 느끼지 않는

듯 하였다.

긴장되었던 마음을 잠시 구름위에 올려놓아도

좋을 둣 했으나 낯선 곳으로 향하는 마음은 여전히 두려

움과 흥분으로 싸여있었다.

구름의 모습에 취해 있노라니 반 년전 그가 공항에서 마

지막 인사를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친구 몇 명과 배웅을 하러 공항에 갔었고

그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뒷모습과 함께 출구 속으로

사라지자 난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되돌아왔었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채로….’

그 뒤로는 공항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먼저 핑 돌았었다.


식사를 마치고 한숨 돌리려니 벌써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이 끝날때까지도 난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JR선을 타고 그이의 거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전철 밖으로 보이는 농가들이 아담하고 조용해 보였다.

처음 가는 길이라 멀게 느껴지는 것일까.

한참을 타고 중간역에서 그는 홈에서 파는 우동을

두개 시켰다.

처음 맛본 일본 음식이었으나 불행히도 나는 비위에 맞

지 않아서 먹지 못했다.


한시간 반정도가 지나서

그이가 묵고 있는 ‘고이와’라는 곳에 도착했다.

그 곳은 찌바현으로 동경시와 경계에 가까운

소도시인데 그다지 건물이 높다거나 크지 않았다.

사람들도 체구가 대체로 작아서 오히려 보통인

내 키가 큰 쪽으로 보여져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하였다.

깨끗한 도로와 정돈된 거리가 낯선 이방인을 조용히 맞아

주는 듯 하였다.

우리가 들어선 아파트는 방 두칸에 욕실,주방

그리고 작은 거실로 구성되어 있는 13평 정도의

아파트였다.

그 중에 작은 방이 우리가 기거할 곳이었는데

너무 작고 허술하여 내 얼굴은 실망감으로 굳어졌다.

큰방에는 남편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주방아주머니가 기거하고 있었고 우리가

방을 얻을 때까지 그 곳에서 같이 생활하게 되었다.

낯설음과 실망감으로 뒤섞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에서의 첫날 밤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