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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색깔의 단 하나뿐인 친구


BY poem1001 2001-12-19

우리는 참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했지만
서로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어릴때는
나 자신에게 빠져 있느라
시간 흘러서는
사랑에 빠져 있느라

우리가 눈을 마주치며
오랜 세월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우리는 한번도
서로의 눈속을 들여다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켜주는
나와 너무나 다른 빛깔의
내 오랜 친구가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임에 감사해 합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지
아마도 한번도
말해 본적이 없을 겁니다
우리는 칭찬이나 위로같은거
서로에게 해본적이 없으니까요..

보증수표처럼
똑 부러진 당신
경우바르고
어디에 내놔도
안심이 되는 당신입니다
똑소리나게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잠시도 늘어져 있지 않는 당신에게서는
늘 푸릇한 색채가 묻어 납니다

쌀쌀하지만
가슴이 따뜻한 당신
가벼운 듯 싶지만
누구보다 삶의 깊이를 아는 당신
그리고 세상 누구보다
나를 이해해 주고
아껴 주는 당신

사랑에 눈멀고
아이들에게 눈멀어
당신을 사랑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내 소유물이 아닌 듯해서
내 무리가 아닌 듯해서
그저 친구로만 불렀던 당신

내가 인생을 뒤돌아 볼
나이가 되어
이제서야 당신의 존재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 삶 구석구석에 스며있는
당신의 흔적과
소리없는 당신의 빛깔들이
어느날부터인가
물컹 가슴저리게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깨달게 했습니다

내 삶 속에 뿌려진 당신의
빛깔로 인해
내가 당신인 듯
당신이 나인 듯
혼자있어도
슬픔에 잠겨도
당신은 소리없는 위안이 됩니다

신께서
마지막으로 믿는 사람을 선택하시라고하면
당신을 선택할 겁니다
배신의 댓가로
설령, 지옥불에 떨어 진다고 해도
조금도 후회스럽지 않을테니까요..

남은 삶속에
당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새해에는 더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