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2

시아버님을 생각하며...


BY 김미옥 2000-06-02

햇수로 6년째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던 아버님은 급기야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1차 뇌경색 때는 왼쪽 손을 못쓰셨는데, 2차 3차 뇌경색이 되면서 완전히 보행이 불가능하게 되셨지요. 건강하실때는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시부모님을 찾아뵈었지만 요즘은 애들 아빠 일이 많아서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편찮으신 아버님을 2주일에 한번 밖에 찾아뵐 수 없는 처지여서 마음은 더욱 아픕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더욱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보름전 쯤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님이 많이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는 남편과 학교에 연락을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으로 갔습니다. 늘 편찮으셨지만 돌아가실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눈물이 마구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옷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눈물이 자꾸만 났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더 서러워졌습니다. 아직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어려울 세살 난 막내를 안으며, 어떡하니... 어떡하니 만을 되풀이 하면서 울었습니다.

무척이나 다정다감하셨던 시아버님이셨지요. 큰아이와 둘째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는 마당에서 자전거를 밀어주고, 공차기도 함께 하시면서 그렇게 사랑스러워 하셨답니다. 막내가 태어났을때는 시어머님과 함께 병원에 오셔서 "딸이라고 섭섭해 말아라. 나를 봐라. 딸이 아들보다 훨씬 부모에게 잘하지 않는냐 .." 하시면서 위로를 하셨지요. 물론 그 말씀이 당신에게 하시고 싶던 말씀이었다는 것을 훗날에야 알게 되었지만...
남들은 아들, 딸 다 있으면서 셋째 가진다고 욕심많다고 했지만, 자식 없는 큰아들이 항상 가슴에 못으로 남아있었다는 걸,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 막내를 가진 막내아들내외에게 은근한 기대를 하셨다는 것을 요즘은 더 확연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10여년 전 연탄보일러를 사용할때는 며느리들에게 절대 연탄가스 못맡게 하시겠다며 항상 연탄을 손수 갈아주시던 아버님. 시댁에서 자고 올라치면 아랫목은 아기키우는 에미가 누워서 자야 한다며 꼭꼭 아랫목을 고집하시던 시부모님.
많이 편찮으시기 전에는 시부모님과 함께 횟집이나, 외식을 가끔씩 할때면 꼭 큰애와 둘째에게 "나중에 할아버지 기억하겠지?" 물어보시곤 하셨지요.
다행히 위급한 시기는 넘겼지만, 언제 아버님과 헤어질런지 모르는 하루 하루를 살면서 더러 더러 목이 메어 옵니다.
아버님. 많이 많이 드시고 아버님 말씀처럼 막내 시집가는 거 보고 돌아가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