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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곳에 가셨길 바라며


BY 잉니레 2001-12-19

어제 엄마네 가서 아버지 사진을 가지고 왔다.
아버지 돌아가신지 20여일째
아직도 나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어려서부터 다 커서도 별다른 특별한 애정이 있지 않았던 아버지였는데 암으로 고통받다가 돌아가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버지 연세64은 너무 젊으신 연세다 .
할아버지 축에 끼지도 못하는 요즘 현실이라는데....
봄부터 살이 빠질때 알았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미 늦어서 알고 고통받으신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름지고 말라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세월지나면 잊혀진다 하는데 어느 세월정도 지나야 편안해 질 수 있을까?
살아생전에 막무가내인 아버지였는데....
매일매일을 술로 살다 가신분
몇해전부터 삶에 재미를 느끼며 학원차 하시며 돈버는 재미에
우리 노후생활할꺼는 많이 벌었다며 좋아하시더니...
돌아가시기 전에도 벌떡 벌떡 일어나서 나 어제 일하고 왔다며
계속 헛소리를 하실 정도로 그게 재미있으셨나보다.
자식 넷이 아버지 등골 다빼먹고 대학까지 나왔으니
돈이라는 거 만져볼 새도 없이 나이를 드셨는데...
갑자기 연세들어서 돈이 불어나니 얼마나 좋으셨을까>>>
내년 3월에 적금 탄다며 기대에 차 계셨는데....
한번 만져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실줄이야.
아버지가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줄은 정말 한버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암이 전부 퍼져서 어찌 손을 쓸 수도 없는 참담한 상황
그것도 모르시고 왜 의사가 치료안하냐고 물으실때 말못하던 우리
네 자식들...
다리 다쳐서 무릎으로 다니시는 엄마.
온통 친정은 가슴아픔 덩어리이다.
그래도 막무가내였어도 이 큰딸말은 잘 들으셨는데...
암! 너무 무서운 병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고생만 하다 가신 아버지가 너무 불쌍하고 그립다.
625세대로 어려서 할아버지가 남의집 머슴으로 보내고 난 후 혼자 고아로 고생하며 살아오시고 가정이루고 바탕이 없어 겨우 겨우 우리 자식 학업 마치신게 다인데...
한번도 좋은데 가본적없고 한번도 맛난거 드셔본적도 없는데
이제 자식들 살만하니까 손 써볼 틈도 안주시고 그냥 떠나셨다.
아버지 아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 자식아픈것처럼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알까?
난 안다. 아버지가 자식처럼 안쓰럽고 아픈마음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
우리 힘안들게 하시려고 예상보다 더 빨리 가셨다.
그나마 끝까지 안가시고 덜 아프기 전에 가셔서 그래도 아버지한테는 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고통을 어찌 다 당하셔야 하나.... 가슴이 아파서 어찌 할줄을
몰랐느데....
아버지 !
아버지한테는 그 삶이 최선이었을텐데....
예전에 그걸 몰랐어요. 조금씩 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그냥 가시는군요.
이다음에 하늘나라 가서 아버지 만나고 싶네요.
그냥 아버지니까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버지 이승에서처럼 그곳에서는 고생하지 말고 계시길 바래요
이승에서 너무 고생만 하셨어요.
아버지! 큰딸도 다정한 성격이 아니라 좋아한다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해봤어요. 그래도 아버지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