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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47 - [NOW]비만은 NO…獨젊은이


BY 닭호스 2001-02-19

‘맥주’하면 ‘독일’을 연상할 정도로 독일인의 ‘맥주 사랑’은 세상이 알아줄 정도였으나 지금은 그 명성이 상당히 퇴색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독일 사람들은 물보다 맥주를 즐겨 마실 정도였으나 지금은 대학 구내식당에서 맥주 판매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맥주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는 것.


독일 연방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맥주 소비량은 99억ℓ로 99년에 비해 0.4% 줄었다. 94년 116억ℓ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매년 3억ℓ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


95년까지만 해도 독일 국민은 1인당 연간 144ℓ의 맥주를 마셨으나 지금은 131.2ℓ로 줄었다.


이처럼 독일인의 맥주 사랑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외모와 몸매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비만과 성인병을 우려해 맥주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


독일의 디벨트지는 “과거엔 육중한 몸매가 부와 믿음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날씬함이 능력과 매력의 상징이 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다이어트와 와인 열풍이 불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맥주업계는 맥주가 담석증 치료와 암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한편 맥주에 사이다를 합한 ‘라들러’와 맥주에 레몬을 첨가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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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유럽에서 보내었던 95년 12월 31일이 생각난다.

나는 독일에 도착하고 일주일 후, 옆방 친구인 "로야"로부터 12월 31일을 체코 프라하에서 보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독일에서는 12월 31일을 "Silvester(질베스터)"라고 하여 떠들썩하게 보낸다.

내가 그 제안을 섣불리 받아들인 것은 나의 언어 습득력에 대한 광신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실수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20명이 함께 떠나는 여행인지라 값이 싸다는 말에 혹하여 덜컥 약속을 해 버리고 말았다.

여행을 2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던 그 때, 내 머릿속에는
"그래.. 두 달 후면 독일어가 완벽해질 것이고, 여행을 떠나기에 손색없는 독일어가 될 것이다. 그러면 누구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고 여행을 즐길수 있을 것이다."
는 어이없는 계산이 성립되고 있었다.

그러나...
2개월이 흘러도 여행을 위한 완벽한 독일어는 완성되지 않았고 나의 걱정은 더해갔다.

그리고 여행날이 되고..
춥디추운 프라하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이 여러나라에서 온 친구들이라 버스안에는 각국의 말과 사투리로 넘쳐나 실로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알아들을수 없는 말들..
그리고.. 누구하나 눈빛만 내게 주어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참으로 당혹스럽기 짝이없던 그 날의 기억..

프라하에 도착하고
집을 속히 푼 우리들은 다같이 전차를 타고 프라하 시내로 갔다. 싼 여행비에 맞춰 싼 호텔을 잡느라 호텔은 다소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다.

시내에 도착한 친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흩어졌다. 독일말이나 영어 어느것 하나 신통하지 못했던 나는 옆방 친구인 로야와 그의 남자친구 클라우스의 뒤를 터벅터벅 따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내가 그들의 오붓한 시간에 방해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러자 나는 그들에게서 혼자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낯선 도시 프라하를 돌아다녔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어둑해질 무렵이 되어서 들어선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Can you speak English or German?"
하고 묻자..
그 점원의 입에서...
"English, please!"
라는 말이 흘러나왔던 것..

그리고나자.. 어이없게도 햄버거 다음에 후렌치 후라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던 것...

그래서..
콜라와 햄버거 하나만 달랑 들고 앉아 보내었던 그 배고프고 추웠던 밤...

그리고.. 만약 친구들을 못 만나면 어떻게 호텔로 돌아갈까 걱정하며 호텔 명함과 프라하 시내 지도를 펼쳐보고 앉아있던 것...

그런데.. 한 노신사가 다가와 지도에는 당신이 찾는 호텔이 없다고 손짓 발짓으로 설명해 주었던 것..

그 모든 것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내가 한잔의 싸늘한 콜라와 나의 허기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햄버거 하나를 해치우고 찾아간 벤젤광장의 한 중간에는 로야가 나를 기다리며 서 있었던 것...

그리고.. 로야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나를 맞아주었던 것...

그것도 생각난다.

요즘.. 나는 부쩍 독일 생각이 난다.
임신중에도 그랬는데..
요즘도 그런것을 보면..
내가 독일에 있었던 시간이 과히 불행하지는 않았던가 보다.

"내가 너를 외국에 보내는 것은 니가 거기서 쌓아오는 외국어 실력이 니 인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곳에서 가진 추억들이 앞으로 살아갈 너의 인생의 힘든 시간을 견딜수 있는 힘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라고 했던 엄마의 말이 생각난다.

이 겨울이 가기전에..
독일의 허름한 술집 어디에서든 나의 낯익은 옛친구들을 만나 "라들러"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삭막해질대로 삭막해진 내 인생도 조금 축이고 가던 길을 다시 나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