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26

술먹는 마누라의 악처 일기 - 11 (너 참 잘 생겼다!!)


BY 곰네 2001-12-19

우리 남편은 착합니다. 진정으로 착하기만 합니다.
이말뜻 아시죠^^
정말 안생겼거든요. ㅋㅋㅋㅋ

제가 결혼한지 한두해 지난것도 아닌데.
지금까지도 우리 남편 소원이 제 입에서
"너 참 잘생겼다"라는 말 들어보는 것이랍니다.

까짓껏 해주지 그러냐구요?
저도 물론 기분 좋을땐 그렇게 말 해주고도 싶죠.
하지만 얼굴을 들이 대면 그저
푸하하하 웃음이 나오니 어쩝니까.
그래도 가끔씩 기분 좋을땐
"잘 삼켰다" , "잘 성겼다" 또는 "잘 섬겼다" <----요렇게 얼버무려주기도 합니다.

첨에는 남편이 이런 말들을 "잘 생겼다" 로 오해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귀신같이 잘 알아듣습니다.
"뭐? 잘생겼다야~~? 아님 잘 삼켰다야?"
이렇게 되묻곤 한다니깐요. 짜식 눈치는 늘어서.. ㅋㅋㅋ

저는 딸을 낳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좀 불안하긴 했습니담.
왜 불안하냐구요?
이유야 뭐 여러가집니담.
친정이 남자들로 드글드글 하다든지,
시댁도 남자만 득실득실(?) 하고
또 누가 우리 남편손금을 보면서
"넌 뿌리면 아들이야" 하고 그러기도 했고....^^


이건 제가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 입니담.
그때가 임신 말기였죠 아마.
산부인과에서 초음파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딸이라고 그러는 겁니담.
전 속으로
'음? 앗싸 ^^' <---- 요렇게 생각했습니담.
여동생 있는 것이 소원이었으니깐요.

집에 돌아와서 남편한테 말했습니담.
"야 우리 애기 딸이래. ㅎㅎㅎ"
남편 깜짝 놀라면서
"뭐?? 딸이래?"
"응 딸이래"
"왜 딸이래? 아들 아니고??"
"왜 딸이긴 딸이니깐 딸이지. 초음파 검사했는데 의사가 그러더라"

"에이...."
남편이 요렇게 말하는 겁니담.
앗쭈 '에이...??' 순간
"왜? 딸이 뭐가 어때서. 혹시 너 딸이라고 실망하는 거니?"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뭐야!"

남편이 슬그머니 부엌으로 가는 겁니담.
'아니 혹시 딸이라고 벌써 부터 구박하는 건감...?'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 겁니담.
쪼르르 부엌으로 갔습니담.
혼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남편.
'앗쭈! 담배까지 부엌에서 피우고.'(<---태아에 나쁘다고 해서 금지시켰던 일이거든요 ^^)


"야 뭐하는 거야?"
"왜? 딸이라니깐 섭섭해??"
"........." <-----남편입니담.
"진짜~~ 너 그렇게 안봤는데...
너 증말로 웃기는구나!!"
"............."
처량하게 앉아서 대꾸도 안하는 남편...
순간 꼭지가 도는 겁니담.
길길이 뛸 처지도 아니고.(안 그래도 배가 불러서 숨도 못쉬겠는데...)
서러붜~~~~ㅠㅠ

방에 가서 있으려니 쪼금있다가 남편이 들어오는 겁니담.
'이쒸....'
꼴도 보기 싫더라구요.
"야 너 화났어....?"
"............." <-----접니담^^;
"그러지 마라. 태아한테 안좋다..응?"
"..............." <-----또 접니담.
"야~~ 곰네야~~"
"야!! 태아 그렇게 생각하는 넘이 그러니!!"
"내가 뭘...."
"너 딸이라니깐 그리 섭섭하디?"
"아냐..... 안 섭섭해......"
"안 섭섭하긴! 니 얼굴에 다 써있어.
나 진짜 너한테 실망했다. 말도 하기 싫어!"

여러분 안그러겠습니까?
딸이 어때서 그러는 겁니까.
저는 머리에 스팀이 오르고..

조금있다가 남편이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겁니담.
"야~~~ 저~~~~"
"......"
"요즘 수술하는데 던 많이 들겠지?"
".......? 수술??"
'아니......??'
뭔 수술을 말하는지... 혹시....?
전 너무 놀랬습니담. 그래서 소리를 질렀습니담.
"야 무슨 수술???
너 지금와서 나보구 낙태라도 하라는 거야??"
눈에 뵈는 게 없더라구요.
애고 뭐고 무거운 몸을 벌떡 일으켜서
길길이 뛰었습니담.

"야야야야 진정해에~~"
남편이 저를 뜯어말리고 있었습니담.
"너 뭔 생각한거니!" 저는 소리를 질렀습니담.
"무슨 생각은?? 요즘 성형수술하는데 던 많이 드냐구."
무슨 성형수술?? 저는 더 황당해졌습니담.
"무슨 성형수술?? 너 그얼굴에 성형하려구?"
"아니.... 나 말고...."
"그럼??"
"아니.... 우리 딸 낳으면 걔 성형수술 시켜줘야 될것아냐...
그래서....
야.... 내가 던 진짜 많이 벌어야 겠다. 그치?"
순간 $#@%@@$%@ ^^;;

"내가 생각하기엔 순차적으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남편이 심각하게 말하는 겁니다.

참 어이가 없습니담.
그 시점에 우리 애가 태어나기라도 했습니까??
애도 아직 안태어났는데 수술은 무슨....
그래서 남편은 그리도 심각한 거였습니다.
거기다가 한술 더떠서 남편은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담.
오다리는 어릴때부터 쭉쭉이를 많이 시켜야 하고,
칼슘을 많이 섭취 시키고,
서양사람들 많이 먹는 감자 우유를 많이 먹이고,
운동도 키 크고 다리 길어지는 것으로...
또... 얼굴은 먹는걸로 교정이 안되니깐
사춘기 지나면서 서서히 고치자...
눈은 쌍꺼풀 수술로만은 안되니깐
좌우를 먼저 늘리는 수술을 하고
그담에 쌍꺼풀을 해야지 정상처럼 보인다 등등 (<----거의 수다맨 버전 이었습니담.어디서 주어들은 것은 많아요 ^^)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은 황당하지만
그래도 새겨들어둬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담.
왜냐구요?
저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었으니깐요...^^;;
(여러분 우리가 오죽하면 이러겠습니꺄...ㅠㅠ)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구요?
애를 낳아보니 아들이더라구요.
남편하는 첫마디가
"야 우리 수술비 건졌다 히히히"
저도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담.
왜냐구요?
우리 남편이 조리있게 들려주는 수술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우리딸 세상에 나와서도 무지 고생할것 같더라구요
아빠의 외모 컴플렉스에 희생 될것 같아서리...ㅋㅋㅋ

오늘이야기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