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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채송화


BY 들꽃편지 2001-12-19

키 작은 채송화
키 작은 줄기에 꽃이 피었다.
화단을 표시한 돌맹이 틈에 채송화는
얼굴 빠꼼이 내밀고 여름을 살아낸다.

채송화가 피던 날.
소낙비가 내리면 꽃잎이 다칠까 염려를 하지만
여린꽃잎은 비를 마시고 다음날이면 비를 닮아 싱그러웠다.

할머닌 채송화를 꼭 심으셨다.
얼굴 넓적한 맨드라미도 심으시고
봉선화는 빼 놓으신적이 없으셨다.
백가지 색을 가지고 태어난 백일홍도 언제나 마당 한켠에 씩씩하게 자랐다.
조잡하고 보잘 것 없는 마당한쪽에 마련한 화단.
그래도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닌 부지런히 씨를 뿌리셨고
여름엔 볼품없는 화단에서 꽃들은 제각각 자신의 얼굴을 할머니께 보여줄려고
열심히도 치장을 했다.

채송화는 키가 작아
항상 화단을 표시한 돌틈에서 봄을 보내고 여름이면 조용히 꽃을 피웠다.
색색의 꽃들
속치마같은 야들야들한 꽃잎.
그 작은 몸집에서 꽃은 여름내내 피고 지고 피고 졌다.

가을...
마이신약 같은 씨방 뚜껑을 열면 모래알 크기만한
까아만 씨가 호로록 쏟아졌다.
봉선화 씨는 손가락으로 톡치면 와락 터지고
맨드라미의 넓적한 얼굴을 훑으면 동글동글하고 윤기가 나는 씨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손바닥에 그득했다.

채송화를 키워보고 싶어
올 봄 작달막한 화분에 뿌렸더니
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 싹이 나왔었다.
물에 쓸려갈까 봐
조심스레 물도 주고 한놈씩 얼굴도 마주 보고 했었는데
잘 자라지 못하고 쓰러지고 쓰러지고 했다.

보잘 것 없는 마당한켠에서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잘 자라주던 고향집 채송화였는데...
온실같은 베란다에선 왜 자라지 못한건지.
약한듯 하면서도 강한것이 채송화였나?
강한듯 하면서도 약한것이 채송화였나?
비바람 맞고 맑은 공기 마셔야만 살아갈 시골 체질이였나?

고향 앞마당 한 켠에 돌맹이 틈사이로 얼굴 빠꼼이 내밀던 채송화야~~
보고싶고 또 보고싶구나.
잘 있는거지?
키작은 채송화야~~~~~
미안,작다고 자꾸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