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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빨간운동화(5)


BY 몽마르뜨 2001-02-19

개선문이 있는 에투알 광장으로부터 12개의 대로가 방사선형으로
뻗어있는데 그중 하나인 샹제리제거리 방향으로는 콩코르드광장,
튈르리공원, 루브르박물관 등이 이어져있다.

음~ 샹제리제 음~ 샹제리제....
제대로된 가사도 모르지만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샹제리제거리로
들어섰다. 이 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귀족적인 거리로
고급 브랜드 상점과 카페, 음식점등이 자리하고 있다.
고급 백화점이나 강남의 청담동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들.
과연 상표로 얻어지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상점의 유리벽안에는 갖가지 명품들이 거만하고 우아하게 자리잡고
있다. 검은색 가방이 너무 예뻐서 가격표를 보니 우리돈으로
150만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200만원이 넘는다는 이태리의
양복 역시 250정도... 그냥 구경만 해도 입이 벌어진다.
그때 서너명의 일본인 여자 관광객들이 어느 숍에서 나오는데
쇼핑백만 서너개다. 아주 젊어보인다. 정신없이 쳐다보는데.
남편이 "자기도 사. 그리고 우리 두달 굶자. 알아서 해"
말이나 말지.... 그냥 콱 저질러? 정신차리자. 정신...
밤이되면 훨씬 더 화려하다는 샹제리제를 뒤로하고 콩코르드광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파리 한가운데 있는 콩코르드광장은 유럽에서 가장 위대하고 역사적인 광장으로 처음에는 루이15세 광장으로 불리다가 1790년 대혁명이 있은후 대혁명 광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곳에 단두대가 설치되어
루이16세를 비롯해서 혁명군 등 1119명이 처형되었다고 한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을 쳤으니 그 원한맺인 영혼들이
주위를 떠도는 것 같은 느낌에 소름이 끼친다.
오래 머물고 싶지않아서 루브르로 향해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광장중앙에 세워진 오벨리스크가 보인다. 안 녕.

루브르박문관으로 가기위해서는 아름다운 공원을 거쳐야한다.
지도를 찾아보니 튈르리공원이라고...
갑자기 맑은 하늘에 빗방울이 후두득 후두득...
가방을 머리에 얹고 걷는데 저편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가 들린다. 귀에 익숙한 음악에 거리의 악사의 후즐그레한
옷차림. 그 옷차림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훌륭한 연주.
그리고 빗방울... 남편과 손을 꼭 잡고서 이다음에 꼭 다시오자는
지킬것같지 않은 약속을 하면서 평화로움과 안락함을 만끽했다.
공원으로 들어서니 다시 맑아진 하늘의 햇살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채워져있다. 남사스럽게 남자는 하의만 입고 여자는 아래위
하나씩만(가장 기초적인 속옷) 입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남의 눈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남편은 신이 났다.
조금전까지 세상에 여자는 나 하나 인것처럼 쳐다보고 웃고 하더니.
이제는 키크고 글레머인 그들을 보기에 정신이 없다.
뭐 여기와서 나보다 키작은 여자는 본적이 없다나... 기가막혀...
째려보고 입이 댓자는 나와서 걷는데... 아뿔사 이건 또 뭐야.
젊은 남녀들이 둘이 붙기만 하면 얼굴을 만지고 입술박치기에...
우리나라같으면 경범죄로 망신당할 짓(?)들을 아무 거리낌없이하고,
물론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 왜냐면 그들도 그러니까는.
그냥 우리만 키스 생방송을.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힐끗힐끗 눈동자만 굴릴뿐이다.
너무 걸었더니 다리가 피곤하다.
나무 벤치에서 30분만 잔다는 남편의 머리에게 나의 다리를 빌려주고,한가로운 월요일 오후의 넒은 공원을 둘러보았다.
책을 읽는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 그냥 앉아있는 사람까지
너무도 평화롭고 편안해 보인다.
도시에 이렇게 꾸며진 공원 몇개만 있으면 쉼터도 되고 얼마나 좋을까. 세금걷어서 딴짓하지 말고 시민을 위해, 국민을 위해
공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언제쯤에야 우리가 누려야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며 살 수 있는 날이 올련지...
이런게 바로 사회복지인데...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니 지금 앞의
그들이 조금은 부러워진다. 아뭏든 튈르리공원. 기억에 남는 장소다.
오늘 퐁뇌프다리까지 다보면, 노천cafe에서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
마셔야지.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카페이야기를 조금더 하자면 파리의 카페는 대부분 노천카페형식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커피한잔이나 적포도주 한잔 같은 음료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기보다는 현실적인 생활. 즉, 카페에 모여 날씨등과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이기 위하여 찾는다 한다. 이말은 남편에게 들은
이야기다(책에서 읽었다나, 누구한테 들었다나).
남편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에 다닌다. 그래서 프랑스 출장이 많다.
이야기가 왜 옆으로 빠졌나. 아. 카페이야기하다 말았구나.
지금은 패스트푸드 등에 밀려 자리를 잃고 생활이 너무 바빠짐에
따라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안타깝다.
하지만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카페문화를 통하여 싹튼
전 세계적인 다양한 사상과 장르를 알기에 빠지지 않고 들른다고 한다.
커피 생각이 나서 나머지 일정을 서두르기로 했다.

40여만점의 예술품이 소장되어있는 루브르박물관.
도착하기 전에 멀리서 박물관 중앙의 유리 피라미드가 눈에 들어온다.
힘차게 걸어보자. 우리에게 빼앗은 고서를 되찾으러(?)..

이도시 하나에만 어쩌면 이리도 볼것이 많은지....

*참고로, 파리는 지도가 어찌나 정확한지 지도 한장으로 실수없이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