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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눈물이...앞을 가린다.


BY 밍키 2001-12-18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 불쌍한 늦둥이 땜시롱...

그러니까 재작년...
어느날 갑자기 입맛이 없고 매운것이 묵고 싶어졌다.
집 내부 공사를 하느라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고
밖에 나가서 얼큰한 부대고기,김치찌개를 자주 사 묵었다.

아파트 내부 공사가 한달이나 길어진 통에
신경쓰느라고 그것이 없는줄도 몰랐는데...
아~~뿔~~싸~~!!!
한달 건너 띄었다고 생각이 미치자 곧바로 산부인과로 출행랑...
임신이라는 청천 벽력 같은 말을 듣고는 너무 놀래서 망연자실하였다.

이기 무신 꼴인고~!!!
냄푠한테 뭐라고 야그하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이 문디(ㅎㅎ)냄푠 한마디로 싹 짤라서
"당장에 병원 가그라.이 나이에 무신 애긴고~!!!
아이고 남싸 쓰러바라"하는 것이었다.

임신은 지가 시켜놓고 괜히 나한테 화를 내는 통에 나두 열을 받아서
"그러길래 뭐랬나?
그렇게 수술을 하라?는디...무신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아즉 안했놓고 나한테 화풀이가 뭔교?
책임은 당신한테 있으니 당신이 책임져라"
그날 저녁내내 우리 부부는 임신이 당신 탓이라고 싸움을 해댔다.

냄푠이 워낙 완고 한지라 병원을 가야 하는데...
무서워서 도저히 갈수가 없었다.
마음을 먹고 갈려고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죄지다 들킨 사람마냥 가슴이 답답하고...숨이 콱 막히고...
병원 갈려고 마음만 묵으면 이상한 병이 도졌다.

어떻게 표현할수 없는 그 무엇이...그러면 난 가슴을 움켜쥐고는
"하느님~!잘못했습니다.
지 병원 안갈랍니다."하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고 나며는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 되고...

냄푠은 퇴근만 하면 병원 안 갔느냐고 윽박지르고...
갈려고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도저히 내 의지대로 갈수가 없다고 하면
"니 자꾸 소설쓸래?"하면서
"내는 두 아덜덜 키우기도 힘드니 나의 사전엔 늦둥이는 있을수 없다"며 단호하게 잘라말했다.

냄푠은 가난한 집 8남매중 막내라 둘째도 낳지 말라고 했다.
하나만 낳아 외국유학까지 보내서 잘 키우겠노라고...
많은 형제들때문에 막내가 희생을 했던지라...
항상 그게 한이 맺힌다고 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냄푠이 저렇게 펄펄뛰고 난리인데
도저히 병원을 갈수가 없으니...
아니...병원을 안간게 아니고 도저히 마음이 허락칠 않았다.

정말이지 이게 무신 조환고~!!!
구신이 곡할 노릇이다.
알다가도 모를일이네...
내 마음이 왜 이럴꼬???

그 어떤힘이 날 붙잡고 있었다.
설명 할 수도 없는 그 무엇이...

냄푠은 날마다 인상을 쓰고...
날이면 날마다 전화로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고는
병원을 안 갔다 하면

그날 저녁은 술이 떡이 되어 들어와서는
현관문을 발로 차고는
남편말을 우습게 안다는둥...
말 안들을거면 이혼장에 도장을 찍어라는 둥...
늦둥이와 남편둘중 하나를 선택하라고...냄푠은 다그쳤다.

그 착한 냄푠이 늦둥이 때문에 내 마음에 상처를 얼마나 주는지...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냄푠이 이삐다가도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

날마다 늦둥이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니
두 아덜넘들도 지 아빠편을 들고 나섰다.
축복받지 못한 동생은 싫다고 아빠와 같은 편이 되어버린 두 아덜덜
정말 인간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가족들의 심한 반대 때문에 난 정신적인 고통을 너무 받았다. 날마다 울었다.

혹~혹자는 병원을 가면 간단할것을 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 의지대로 할수가 없었다.
머리는 가족들 의견에 동감하지만...
마음이 말을 듣지 않았다.

냄푠은 저 난리지...
내 마음은 절대로 안 흔들리지
(아니...나두 남편말을 듣고 싶었다.솔직히...
이 나이에 아기를 낳아서 키울 자신이 없었으니까~!!!)

날마다 눈물밖에 안 나왔다.
두 아이 임신할때는 그렇게 날 위해주던 냄푠이었는데...
먹고 싶다는 것은 아무리 비싼것두 사오고...
제철이 아닌 과일도 어떻게든 구해오고
(요즘이야 제철 아닌 과일이 너부러진 시상이지만ㅎㅎ...
17년 전이야 어디 쉽게 있었나...)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혼자 질질 짜다가
친정 부모 형제한테 하소연을 했다.
그래도 내 마음을 이해 할거라 생각하면서...

그랬더니 이게 뭔가?

친정에서도 난리가 났다.
그 나이에 무슨 아기냐?
니네 신랑이 몇살이냐?
니네 신랑 나이면 옛날에는 손주를 봤다.
아서라...큰일난데이...
위로 받고자 전화를 했는데 위로는 커녕...
부모 형제한테 칠칠 맞은 여자로 된통 욕만(?) 한바가지씩 얻어묵고 배만 불렀다.

특히 애들 이모들의 반대가 하늘을 찔렀다.
에구~~~위로받고자 했는데...이걸 어쩌나~!!!

생각끝에 냄푠 바로 위 넷째 시숙님이 목사님이신데
고민을 털어놓자...
냄푠한테 그 아주버님이 얼마나 호통을 치셨는지...

"니가 무신 권한으로 새 생명을 니 맘대로 할수가 있냐고?
그렇게 키울 자신이 없으면 낳은 즉시 당신한테로 데리고 와라.
내가 키우마"고 며칠을 동생한테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결국 냄푠이 허락을 하고 말았다.
그때가 늦둥이가 뱃속에서 놀고 있는 5개월째다.
허락한 조건이..
"그대신 꼭 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어디 내맘대로 할수가 있나.
나두 아덜이 둘이니 딸을 낳고 싶은데...

그날부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두 아덜덜도 아빠가 허락을 하자 엄마 닮은 예쁜 여동생을 낳아달라고 하고...
시간만 있으면 온 가족이 딸딸~~~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딸딸..하는 것이었다.

친정에서도 냄푠이 허락을 했다고 하자 그때부터 오로지 딸 낳기를
부모형제의 최대의 소원인양 빌고 또 빌었다.
엄마는 절을 자주 다니셨단다.
늙은 사위가 반대하는 늦둥이를 가졌으니 딸을 낳게 해 달라고...

먹고 싶은것도 두 아덜덜하고 틀리고...
태몽꿈도 모두 딸 태몽을 꾸고...
앞모습 뒷모습도 다 딸이라고 했다.사람들이...
얼마나 딸을 간절히 바랐으면 그랬을까나~!!!

바로 위 아주버님이 당회장 목사이지만...
내는 믿음이 없던지라~ㅠ.ㅠ
용하다는 철학관을 여러군데 다 다녀봤는데...
모두가 다 딸이라고,,,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철학관에서는 딸이 아니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큰소리를 했다.
( 그 철학관 도사님 손에 장 지지라고 가야 하는데 아즉 못갔다ㅋㅋ)

이건 백프로 딸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백화점에서 늦둥이의 모든 용품을 딸 색으로 샀다.
이름도 이삔 딸 이름으로 지어놓았고,만나는 사람들한테
"저 딸이래요"하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내가 딸로 알자 병원에서 선생님께서도
웃으시면서"원하신데로 될겁니다" 하셨고...

작년 4월말일...밤새토록 진통끝에 새벽 3시에 늦둥이를 낳았다.
둘째아이하고 너무 터울이 져서 첫애 낳은 것처럼 고통스런 진통이 오고...
기진 맥진 끝에 "으~~~~~앙"하는 탄생소리와 함께
간호원의 "아들입니다"

"헉~~~~~~~~~이기 무신 구신 씨나락 까묵은 소리~!!!"

"아덜이라구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아니~!!!...무신 아덜이라구요?
딸 아녀요?"
놀래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면서 여러번 물어봤다.
진짜로 아덜이 맞냐고???ㅠ.ㅠ

그러자 젊은 의사가 날보고
"아줌마~!!!
도대체 어디서 딸이라는 말을 듣고 와서는 자꾸 딸 아니냐고 물어봐요?하고 화를 내는 것이었다.

아~~~이~~~~고~~~엄니...이를 어쩌면 좋아.

밖에 있는 냄푠을 미안해서 어떻게 쳐다볼것인가???
아픈것도 잊고 자꾸 눈물이 나왔다.
냄푠이 얼마나 딸을 바랬는데...
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는데~!!!
두 아덜덜이 얼마나 이삔 여동생을 바랬는데...
친정에서 이왕 이렇게 된것 딸을 낳아라고 얼마나 목빠지게 기둘렀는데...
모두의 기대를 져버리다니....흑흑흑

간호원이 병실로 날 데리고 갔다.
응급실 밖에 있는 냄푠보고...
"여보..어떻해요? 아덜이래요?
풀이 다 죽어 개미 소리만하게 말했더니
냄푠 웃으면서
"자네나 나나 딸복이 없나봐.할수 없지..뭐...고생했네"
하면서 내 손을 잡아주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얼마나 실망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분하고 억울하고...
하느님도 무심하시지...왜 나에게 아덜덜을 셋이나 주시는지...
남들은 못낳아서 난리인 아덜을 셋이나 주시면서
왜 딸을 안 주시나...

그날 날이 새도록 얼마나 울었는지...눈이 퉁퉁 부었다.
냄푠이 딸도 못낳은 마눌이 위한답시고 특실을 잡았는데...
것두 미안해서 가시방석이었다.

친정 부모 형제들 모두 다 올라오셨다.
병실에 들어서시는 친정 엄니 첫 말씀이
"이눔의 가시나야~! 남들이 다 낳은 딸하나 못낳고...
이를 어째...늙은 사위 미안해서 어떻게 고개를 들겠나?"하시는 것이었다.

남들은 아들을 못 낳아 사위보기 미안하는데 당신은 거꾸로 되셨다고 한숨을 푹푹 쉬셨다.

더 미치고 환장할일은...
나이가 들어보이는데 손목에 하늘색 띠를 두르고 있으니...
"추카해요.늦게 아덜 볼려고 낳았나봐요?"
남들이 속도 모르고 추카 인사를 건널때는 가슴이 아리고 쓰렸다.

집으로 퇴원을 하자 마자 냄푠은 바다 낚시를 간다고 가버렸다.
친정 엄니 말씀이 늦둥이까지 낳았는데도 그 착한 사위가 바다 낚시를 간것은
순전히 당신 딸년이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라고 딸을 원망했다.

늦둥이 목욕 시킬때마다
"이눔아~! 이 고추ㅡ만 안 달고 나왔으면 대접을 받을텐데...
대한민국에 고추달고 나와서 대접 못 받은눔은 니눔 밖에 없을끼다"
혀를 끌끌 차시곤 하셨다.

두 아덜덜도 여동생이 아니라고 엄마만 보며는 눈이 게슴츠레 가자미 눈을 해 가지고 쳐다보고...
나이 묵어 늦둥이 낳고 정말 대접 못받은 여자는 아마 나밖에 없을것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큰아덜덜 둘 낳고는 흑염소다,한약이다,보약이다,얼마나 묵었던고~!!!
아~~~그리운 옛날이여~!!!

임신해서 대접 못받고...낳아서도 대접 못받고...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을꼬!!!
낳지 말라는 늦둥이는 괜히 낳아가지고...

지금은 늙은 아빠와 고1짜리,중 1짜리 두 형들이 늦둥이가 이뻐서 물고 빨고 하는 걸 보면
나도 모르게 임신하고,낳았을때 생각을 하면 한이 맺혀서
모두~~~~~~~스탑~!!
못만지게 한다.

울 늦둥이 얼마나 잘생기고 순한지...
우유만 주면...혼자서 자고...혼자서 일어나고...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느낌이다.

그렇게 말많고 탈많았던 우리 늦둥이...
탄생하기까지 축복은 커녕...
엄마의 마음고생으로...열달내내 힘들었을 우리 늦둥이...

그 열달의 보상이라고 받은것처럼 지금은 친척들이
너두 나두 다 예뻐하지만...
이 엄마가 어찌 그 한을 잊을쏘나~!!!

늦둥아...흑흑흑
니는 이 엄마맘 알지?????

그라고 아덜만 셋이라도...
낳을때만 섭하지 지금은 괜찮아유~~~~~~~~*^^*
물론 늦둥이가 딸이었으면 금상첨화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