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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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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에 눈이 멀어서


BY dansaem 2001-12-18

얼마 전 김장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려는 얘기는 김장이야기가 아닙니다.

김장 배추를 다듬고 있던 저녁이었습니다.
방에서 자꾸 전화벨이 울리는데
일하다가 들어가기 귀찮아서 몇통을 그냥 지나쳤지요.
그러다가 또 다시 벨이 울리자
"무슨 전화가 이렇게 와. 함 받아볼까?"
하고 받은 전화가 좀 황당했죠.

sbs 라디오의 '김민희 송영길의 한판승부'라는 프로의
작가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어떤 여자였습니다.
아컴에 올렸던 글 중 하나가 재밌다고
방송을 하자는 거였습니다.

"이거 본인 이야기 맞죠?"
"네."
"이 글이 다른 프로에서 혹시 방송됐거나 소재로 채택된 적이 있었나요?"
"아뇨, 그런 적 없는데요."

그냥 글만 읽는 거라면 별 문제가 아닌데
전화연결을 한다는 거예요.
그것도 5분씩이나.

"전화 연결이요? 그거 안 하면 안 되나요?"
"왜요? 떨려서 그러시죠. 아유, 괜찮아요. 그냥 편안하게 하시면 돼요."
"아니, 그래도..."
"아이, 괜찮다니까요. 그럼 내일 12시쯤 전화 드릴께요.
가능하면 전화가 통화 중 걸리지 않게 해 주세요."
"저기요,....... 근데, 선물도 주나요?"

제가 누굽니까?
아줌마 아니겠습니까?
가정경제를 위해 공짜를 그냥 흘러버릴 수 없었습니다.
선물에 눈이 어두워서 그만 수락을 하고 말았던 거죠.
그리고 sbs라디오는 이쪽에서 전파가 안잡히니
들을 사람도 없다는 계산이 섰기도 했죠.

다음 날, 양념을 준비하면서 내심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전파를 타는데 그럴 수 밖에요.
하지만 전화를 하기로 한 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오지 않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 까짓 거, 선물도 별로 비싼 것도 아닌데 전화 오지 말아라.'

그런데 결국, 전화는 오고야 말았습니다.
10분 쯤 후에 전화연결한다고요.
쬐매 떨리대요.
하지만 라디오를 켜 놓고 들으면서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전화통화 한다고 생각하자~ 맘 먹으니
별로 안 떨리더군요.
"자, 지금부터 수화기 들고 계시구요, 사연 다 읽고 나면 연결합니다.
그리고 좀 수다스럽게, 재밌게 말씀을 해 주셔야 돼요.
근데, 조용한 성격이신 것 같아 좀 걱정이 되네요."
ㅋㅋ 제가 좀 내숭을 떨었거든요.

하여간 떨지 않고 무난히 해냈답니다.
(ㅎㅎ 난 역시 방송체질이여.)

이제는 선물 올 날만 손 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물이 뭐냐구요?
뭐, 별건 아니예요.
몇 가지 중에 고르라기에
아들 녀석이 탈 수 있는 롤러블레이드로 했습니다.
그 녀석,
엄마가 쑥스러운 거 감수하고 얻은 건지도 모르도 무지 좋아하더군요.

뭐, 그러면 어떻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멀쩡한 돈 주고 사줄 일은 아마도 없을 건데요.
하나 뿐인 아들을 위해서 그 정도는 감수할 수도 있지요.
남들은 나를 보고 계모라고 하지만서두
저도 나름대로 모성애는 있답니다.

근데, 본 사건의 전말을 지켜본 울 신랑, 뭐라는 줄 아십니까?
"수준이 있지, 어찌 오락프로에 나갈 수 있노?
시사 교양프로라면 몰라도."
"그려, 당신은 수준 높으니까 시사 교양 프로에 나가.
근디 시사 교양프로에서 당신을 불러 줄라나?"

치, 괜히 질투나니까 그러지, 흥!!!
롤러블레이드 오면 당신은 국물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