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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떡을 아시나요?


BY 풀씨 2000-10-16

나이를 더할수록 먹거리는 우리것이 좋다

세상이 바쁘게 돌아치니 음식도 덥히면 조리되어 바로 먹을수 있는게

나왔는가 하면 김치도 집에서 절이는 수고 할 필요없고 양념버무리느라

마늘까서 찧고 고추말려 깨끗한 행주로 닦아 빻는 수고 할 필요없고

젓갈철 맞추어 젓담그기 안해도 지금은 완제품이 잘포장되어 입맛대로

종류별로 다 살수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래도 마늘과,홍고추를

절구에 드득드득 갈아서 젓국으로 간한 김치가 늘 그립고 비슷하게 담구려고

매번 애를 쓴다

넘쳐나는 인스턴트식품과 잘 조리되어 포장된 음식들

주부들이 예전처럼 살림에만 묻혀 아까운 재능이 폐기처분되던

그런시대가 아니므로 음식을 만드느라 많은 시간 할애하는것 보담은

그 시간 창의적인 일을 한다는건 국가나 사회적으로도 좋은현상이다

해서 아마 다양한 먹거리가 안방까지 편하게 배달해서 먹을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변하면 의식구조도 변해야 하건만 어찌된셈인지 내 입맛은

조리된 완제품을 사다가 덥히고 데우고 끓여도 숟가락이 쉬이 가질 않는다

된장을 끓여도 집에서 간장빼고 노랗게 잘 삭은 된장을 뚝배기에

한숟갈 퍼다가 쌀뜨물 뽀얗게 받은 물에 멸치 몇마리 넣고 청양고추

송송썰고 풋애호박이나 두부넣어 그냥 자작하게 끓여낸것이

맛있고 된장을 뚝배기에 끓이는 것 보담은 밥 끓는 솥단지 안에서

밥물이 부글부글 넘쳐 들어간 된장이 더 맛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전을 부쳐도 얇게 하늘하늘 부친 전 보다는

보기는 뚱해보여도 도톰한 전이 맛이있고 전 보다는 예전에 장떡 이라고 해서

지금처럼 프라이펜에 부쳐먹는것이 아니고 밭솥안에서 두툼하게

쪄낸 짭짤한 장떡은 별미였다

장떡에는 부추와,방아잎,매운고추,가 들어가는데 방아잎이 많이

들어가는게 좋고 간은 꼭 집간장으로 해야 맛있다

그리고 무쇠솥에 밥이 끓을때쯤 베보자기를 물에 적셔깔고

밀가루에 버무린 재료일체를 두툼하게 깔아 나중에 칼로 반듯하게 잘라

상에 올리는데 식혀서 먹어도 참 맛있었다

요즘 가끔 전을 부쳐먹으면서도 예전에 먹던 장떡 생각이나서

시도해보려해도 솥도 솥이거니와 불도 가스불이니 그 맛이 안나는것은

어쩜 당연한것인지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국수는 잔치국수인데 이 국수도 예쁜유리 그릇이나

도자기 그릇에 담으면 맛이 없다

같은 재료이면서도 시골 들녘에서나 잔치마당에서 처럼 노란양푼에다

국수사리 담고 고명얹어 멸치국물에 말아야 제 격이다

노란양재기도 새것은 맛이 덜하다

한쪽면이 찌그러지고 노란 빛깔이 군데군데 벗겨진 오래된 양재기가

입맛을 돋군다 잔치국수는 그래야 맛있다

고명도 부추무침 약간,숙주나물,정도 얹어야지 황,백,지단이 올라있다던지

조개살이 올라있는건 멋스럽지만 옛스럽지 않아 별루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꽤 까다로운 입맛이네 하시겠지만

어쩌다 토종음식 얘기를 하다보니 그렇게 어우러진것이 맛있다는 얘기이고

음식은 단순히 먹는다는 의미보다 내게는 지나간 추억이 맛물려서

고집스레 혼자 우기고 사는것만 같다

요즘도 국수하나 사먹어도 촌국수를 ?고 그것도 꼭 할머니가

영업하시는 국도변을 찾아 입맛을 살려보곤 한다

지금 자라는 내집 아이들은 별루인 눈치지만

세월이 갈수록 서양음식이나 중국음식 그리고 인스턴트가 싫음에야

그러니 음식에서도 세대차를 느낀다고나 할까

지금도 그렇지만 나의 토종입맛은 세월이 갈수록 더 유별스러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