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그리 부드럽던 하늘마저 새침하니 말이없다
찬 기운이 하늘까지 닿아 핏기없는 하늘이다.
거울 속에 흰 서리 내린 머리카락을 드려다보며
인생공부가 참 버거운지 하루하루 된서리 맞는기분이다.
자식이 스승이요 ...
타인으로 인해 마음 병 생긴 적 없는데
내 속에 또 다른 나로 빗어진 내 자식으로
마음 졸이기도 하고 기대에 어긋날 때 마다
또 다른 안위로 긍정적인 말과 눈빛을 지어내는
댓가로 머리에 흰 서리 앉는 것 아닌가 싶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상처나고 딱지앉고 그러길 수 십번
이제 내 입술로 고백한다 " 인생이 그런거야, 자식이 그런거야.."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착실하고 제 앞가름 잘 하는
자식을 두었으면서도 끊임없이 비교되고 욕심나는
허울좋은 잣대로 인해 마음 다스려감이 곧 해탈이리라.
남 보기에 그리도 넉넉하고 부요한 마음과 입술의 절제로
자식 마음 편케하며 지내기 수 세월이었건만 내 안에
무수히 많은 이율배반의 욕심으로 인해 내스스로 못이겨
아픔과 스스로에 대한 절망감이 답답증을 불러오는 날이다.
얼릴 적 부터 에미 살아온 모양새를 보아온 아들에게 공격을
받는것은 왜 자기는 엄마처럼 살면 안돼는 것이냐고 묻는것이다.
내가 손해보고 내 것 나누고 때론 빼앗기며 살았으면서도 입술로
남을 배려함이 살아가는 됨됨이의 근본이라 가르치면서도 막상
자식이 자신을 쳐내가며 친구들을 위해 노력하고 배려함을 바라보면
'못난 놈..' 하는 내 속마음은 도대체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
큰 마음 넉넉하니 다스려간다고 자부했건만 남자에게 못 미치는 것이
아녀자 마음인가 싶다. 늘 자식을 대하는 배려가 짧은 막대기 휘두르며
촐싹거리는 나와 언제나 말 없이 고개만 끄덕여주는 아들을 비교하면
사내로 나이가 가져다주는 값을 잘 받아 누리는 듯 하여 좋긴하지만..
내 이런 갈등으로 인해 '여자'이기 이전에 '에미'란 이름의 자리에
앉아있기에 하루에도 몇천번씩 왔다 가슴벽에 부딪히고 가는
번뇌의 물살이 가슴에 퍼런 멍으로 자식생각할 때 마다 져리다.
어쩌면 내 자식으로 인한 내 마음 멍자욱보다
내 어머니 마음에 멍 자욱이 아마도 훨씬 더 크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