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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어르신의 미소


BY wynyungsoo 2001-12-17

아유! 어르신 그 간 평안하셨습니까? 몇 일 전 나는 금곡에 사시는 언니를 만나러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우리 집에서는 교통 편으로 한 두어 시간을 계속 달려야 도착하는 거리다. 언니가 사시는 마을은 좀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즈넉하고 한적한 곳이다. 옛날에는 첩첩산중 두메산골 이였었는데 지금은 세태의 조류에 힘입어서 오솔 길이 2차 선 차도로 바꿨으며, 가끔씩 들려보는 언니네 마을은 군데군데 영양식을 파는 예쁜 집들도 여러군데나 되며 점점 아름다운 전원 마을로 변모해 가고있다.

몇 일 전에 언니께서 전화가 넣었다. 해서 난 큰 맘먹고 언니와 하루 일과를 정겹게 보내리라 생각하니 기분이 째져서 언니집을 방문했다. 그날 만날 언니는 사촌언니다. 사촌언니는 참 나에게 언제나 살갖게 대해주기 때문에 언니와 만나면 친정엄마를 뵌듯한 느낌까지 들며 그 간의 일상의 희비의 미소들을 몽땅 토해내며 웃다가도 눈시울을 적시곤 하면서 자매간에 우의를 새삼 확인하면서 늘 짧은 만남의 시간에 아쉬워하며 헤여지곤 했었다.

매번 방문을 할 때면, 늦 가을이나 요즘같은 겨울의 방문이기 때문에 노루꼬리 만한 해의 미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언니의 전화를 받고 떠나는 날엔 아침일찍 서두르게 된다. 언니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데 시어머님께서 얼마나 바지런하신지! 한 시도 가만히 계시지를 않고 언니의 바쁜 손길에 많은 도움을 주신다고 한다. 그렇게 늘 쉼없이 움직이시는 성격이라 그러신지! 지금 9순의 고령이심에도 아주 날씬하시고 정정하시며 낭낭하신 음성의 톤으로 만도 건강하심을 갈음하게 했다. 난 내심 어르신의 건강하심이 그저 고맙게 생각됨에...

언닌 "얘! 찬이 없어서 어떡하니?!" 하며, 차린 점심상을 받으니 요것조곳 언니의 정성이 배인 음식들은 내가 좋아하는 밑 반찬들이 더 많았다. 빠지작~ 하며 누룽지가 익는 소리가나는 뜸이 푹 든 잡곡 찰밥을 금방퍼서 먹는 밥은, 그냥 맨 밥으로도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맛이 좋았었다. 그것은 아마도 소찬의 점심상이지만 언니의 마음이 듬뿍담긴 밥 상이라서 일 것이다. 언니는 엄마같이 "얘 막내야 더 먹어?! 천천히 많이 먹어?!"하며 권하는 언니의 목소리가 잡곡 찰 밥보다도 더 맛있게 다가왔다.

해서 밥상을 물리고 나는 설겆이를 내가 했다. 극구 말리는데도, 내가 꼭 하고싶었었다. 우린 후식으로 따끈한 차가 아닌 깻잎에 찹쌀 풀을 골고루 발라서 기름에 살짝 튀겨낸 아삭하고 달콤한 깻잎 강정으로 입가심을 하면서, 언니는 오랜 만에 방문한 동생에게 보낼 결실들을 요밀조밀 꾸려서 미리 준비를 해놓은 것을 내 보이며, 요건?! 조건?! 하며 조목조목 용도를 일러주며, 이건 이서방에게 꼭 해서 먹이도록 하라는 당부도 잊지않고, 번번이 당신 제부인 이서방을 더 챙겨주는 언니의 살가운 배려에 난 그냥 목이메었었다.

친정엄니 못지않게 이 못난 동생을 다독여주며 품어주고 하는 언니가 늘 감사하고 하면서도 염치가 없다. 그러나 언니는 농사를 지을 때는 정말 힘이 많이들지만 올 같은 가뭄이드는 해는 육체적 노동보다도 심적고통이 더 컸다면서, 그럴 땐 내년부터는 경작을 하리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새 봄을 맞고 또 농번기가 오면, 또 당신이 짓고 싶어진다고 하시며 농업을 천직 이려니하고 그냥 농사꾼으로 생을 마쳐야 될것 같다시며, 또 내 손으로 직접 지어야 이렇게 한 줌이라도 고루 나눠먹을 수가 있지 않겠냐고 하시는 언니의 표정은 그렇게 너그럽고 인자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매번 언니집을 방문할 때엔 어르신의 담배와 박하사탕을 꼭 챙긴다. 언니 어머님께선 고령의 연세까지도 담배를 즐기시며 또 단 것을 좋아하시는 것을 알기 때문에 꼭 챙겨가지고 인사를 올리며 드십시오?!. 하고 치마 폭에 안겨들이면 그렇게 좋아하시며 나의 두 손을 덥석 잡아주신다. 그럴 땐 난 너무 좋다. 그냥 마음이 뭉클하면서 할머님의 거칠한 손의 체온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마치 엄마체온이 전신에 배이는 것 같아 참 좋다. 그리고 활짝웃으시는 할머님의 인상에서 언니의 효심이 영역히 보인다. 해서 난 언니가 두루두루 고맙기 그지없음이니!! 언니가 더 없이 사랑스럽고!!...

참 그 날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언니와 많은 정답을 나눴고, 늦은 오후에 집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으며, 약주를 너무 좋아하시는 형부의 건강이 좀 걱정도 되며, 언니집을 방문할 때마다 활짝 웃으시는 할머님의 미소를 계속 뵐수 있기를 기원하며, 또 큰 조카애의 결혼 소식이 조만간 있었으면하는 바램을 하면서, 하루 종일 눈을 꿈벅~!! 거리며 이 마누라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내 사랑하는 반쪽곁을 향해서 입을 귀에걸고 차 내에서 뜀박질하는 심정으로 숨가쁘게 마음에 패달을 밟았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