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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수제비


BY 들꽃편지 2001-12-17

식구들이 다 모인 휴일입니다.

갑작스런 겨울 추위가 무서워서
치장하고 나가는게 게을러서
인간성이 별로여서( 제가 붙임성이 없거든요)
다 들 집안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점(아시죠? 아침겸 점심겸)을 먹고
오후 늦게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수제비를 만들기로 낙찰을 보았습니다.(거의 내가 우긴거지만)

먼저 멸치를 넣고(열마리쯤) 냄비에 물을 붓고 가스불을 켰습니다.
반죽을 했습니다.(식용유를 한숟가락 넣고, 친정엄마가 칼국수할 때 넣더군요.이유는 모름)
치대고 또 치대고...(이거가 수제비의 맛을 좌우함)

멸치를 건져내고 감자를 넣었습니다.
큰 거 두 개.

딸내미와(얘가 원래 부엌엔 관심이 없는데...우짠일인지!?!?)
밀가루 반죽한 걸 얇게 피고 떼어서 끓는물에 넣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수제비를 하네.. 이러꿍저러꿍 얘기)

수제비 국물처럼 따스한 딸아이와의 대화.
옆으로 힐끔 딸의 얼굴을 보니
제법 여성스러움이 슬쩍슬쩍 보이더군요.

동그란 얼굴(딸은 동그랗다고 불만이지만)
동그란 눈(눈이 이쁘다는 소릴 많이 듣는다고 함)
오똑한 코(친구들이 성형수술 했냐고 놀릴정도임)
봉긋한 몸매...(키가 작아서 고민중에 고민이지만)

애기같더니 많이 어른스러워 졌습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느낄 땐
아이들이 갑자기 어른스러워 보일 땐 것 같습니다.

한그릇씩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감자 더 주세요."
"오랜만에 수제비를 먹어보네..."
"맛있니?" "네"

멀건이가(개 별명입니다.창밖을 멀건히 쳐다본다고 해서 붙여줌)
식탁밑에서 목이 아프도록 쳐다봐서
감자를 식혀서(뜨거운거 주면 안 먹으니까)두어번 주었습니다.

어둑하고 적막한 겨울밤입니다.

이제 아이들이 긴 겨울방학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할 시간이 많아지겠지요
김장 김치와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게될겁니다.

별건아니지만 딸아이와 수제비를 같이 만들어 먹으면서
가난하지만 가정의 소중함과
혼자라는 외로움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감자수제비 냄새가
아직도 집안에서 풀풀 떠 다닙니다.
작은 행복도 같이 덩실덩실 날아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