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89

철없는 남편


BY poem1001 2001-12-16

남편은 두살 연하입니다
다섯살 여섯살 연년생 두딸이 있구요
결혼 칠년째 접어 드네요..
그리고 여전히 철없는 남편 이야기입니다

저희는 같이 맞벌이를 합니다
친정과 아래 위층사니
그래도 남들보다야 편하게 생활하지요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저 화장해야죠
남편 아침상 차려야죠
아이들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휴~

그래도 남편은 절대 돕는 일이 없습니다
첫애 낳을때
이슬이 비쳐서
"자기야 나 병원가야 될거같애..."
그랬더니
잠에서 깬 남편 왈
"자기가 쪼끔 이따가면 안돼?"
훔냠..

진통하는데 세시간인가 있었나
친정엄마가 오셔서
남편에게 피곤한데 아직 멀었으니까
가서 쉬다가 오라고 말했다고
정말 집에가서 푸욱~자고
아이 낳은 후에 왔더라구요..훌쩍

그래서 둘째는 아무도 못오게하고
남편만 옆에서 지키고 있게 했지요
둘째아이 태어나서 첫 상봉하더니
울더군요...
이제야 철이 들었을까 했는데...냠..

요즘도 변함이 없답니다
퇴근해서 아이들 목욕시키려고
물받아 놓으면
퇴근해서는 얼씨구나 하고
먼저 벗고 탕속에 들어가 앉아 있답니다
두아이 씻기랴
남편 씻기랴
두아이 머리 감겨 주면
자기도 감겨 달랍니다
목욕탕에 누워서 머리만 탕 밖으로 내밀고

그래 힘들겠지
이까진것 못해주랴
맛사지까지 해주면서 감겨주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나요..
전 삭신이 쑤씨는데..
그렇지 않아도 허리가 약해서
요즘은 관절염인지 무릎까지 아프건만..울먹..

목욕시키고 나와서
아이들 손톱 깍아 주려고
손톡깍기 가지고 나오면
먼저 넬름 손을 내밉니다
나중에는 발까지..훌쩍
그래 깍아준다 깍아죠
이까진거 행복하다는 데 뭐 못해줄까 싶어..

거기다 남편은 임산붑니다
날마다 먹고 싶은게 얼마나 많은지
비오면 회사에 전화해서
"자기야 오늘 김치 빈대떡 먹구 싶지 아노~?
퇴근해서 먹게 해도~"
제가 삼십분 일찍 퇴근하고
삼십분 늦게 출근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은
제가 직장을 다니는지
집에만 있는지 구분이 안가나 봅니다

휴~
주말은 더하지요
피곤하다고 늦잠자는데 깨울수가 있어야지요
안방에 고이 모셔놓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반찬하고
일주일 편히 살려고
아둥바둥 두아이와 볶아대며 부지런을 떨다가
아직도 자나 문 열어 보면
싱글싱글 웃어대며 텔레비젼을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그 난리 피는소리
뻔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증말..
뛰어 들어가서 한대 쥐어 박고 싶은 충동..
그래도 오랫만에 우리가족 함께있는 주말인데
꾸욱..눌러참고
"자기 일어났어? 밥먹어야지?"
정말..인간승리 아닙니까???

자기 아프면 당장가서 약 지어오고
당장 병원 달려가지만
제가 몇일째 기침을 그렇게 심하게해도
약먹었느냐는 말 한마디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래그래..누가 내속을 알랴..
사는게 그러치 모..하면서
무심하려고 애씁니다

섭섭한 것만 풀어 놓으면
한보따리 겠지만
좋은 점 풀어 놓으면
두보따리는 되니까 함께 사는거겠죠
그래도
가끔씩 밉살스러워
한대 쥐어박고 싶어 질때면 다짐을 합니다

...내가 다시 결혼을 하면 연하랑은 절대 안한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