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6

쓸개빠진 인간


BY cosmos03 2001-12-16

상조계 모임이 있는날.
얼어죽게 추운 날씨인데. 울 서방. 전화기만을 붙들고는 태워다줄 기미가 없다.
" 나 어떻해? "
" 응? 뭘? "
" 오늘 모임 있잔아. 내 자가용으로 모셔다 주어야지..."
" 나 못가! 버스를 타던 택시를 타던 당신 알아서 가. "
" 여보, 그러지 말고 나좀 데려다 주라 "
" 글쎄 오늘은 다른거 타고 가 "
" 여보~ "
" 에이참 "
" 증말? 후회 안하지? "
" 후회는 무슨 후회? 안할테니 다녀와. 오늘은 당신 자가용기사 안 하고 싶어 "
" 알았어. 다꾸시 타고 다니고 오늘 나 기다리지 마라이 ~ "
높은 소프라노 고음으로 대답을 하고는 현관문을 쾅!
그리고는 집을 나왔다.

택시?
여기서 거기가 얼만데?
600원이면 갈수 있는곳을... 8~9000원씩 나오는 거리를
나 처럼 간딩이 작은 사람이 탈수가 잇나?
그 돈이면 돼지고기가 한근하고도 반근이다.

30분을 넘게 기다려서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왜 그리 약이 오르던지.
은근히 부아가 막 난다.
항시 잘 태워다 주엇는데. 하필이면 오늘같이 추운날.
마누라를 홀대를 한다?
내 오늘은 애 좀 멕이리라.
마음을 먹고는 모임에 참석을 하였다.
잊을것도 없는데 웬 망년회를 한다고.
예상치 못하게 장어구이를 먹으러 갔다.
매월 집에서 자장면이나 짬뽕으로 때우는 모임인데...

장어구이집.
빈 속인데 써비스라며 쓸개탄 쐬주를 주는거다.
몸에 무자게 좋은거라며.
머리에 터러구 나고는 쓸개술이라는것을 처음으로 구경을 하였다.
녹색빛이 나는게 모두 8잔.
원래는 10 명인데 오늘 두 사람이 불참을 하였다.
쓸개술이라는게 난 나오자마자 마셔야되는줄 알앗다.
신선할때 먹어야만 되는줄 알고는 내 자리에 놓자마자 완샷!

" 웬 술을 안주도 안 왔는데 마시냐? "
" 응? 지금 마시는거 아냐? 난 상할까봐 급히 마셧는데... "
" 드~응신. 술이 왜 상하냐? "
" 그래두... 살아있는 놈 몸에서 나온거잔아 "
말을하니 모두들 웃더니 다시 한잔을 주문한다.
위하여! 를 해야한다고.
다시 배달되어 온 소주를 마시고 나니 알딸달하니 벌써부터 취기가 오른다.
" 니네 나 보내지마. 오늘 내가 우리 서방한테 꼬장좀 부릴테니 "
" 웬 꼬장? 네 신랑처럼 착한 사람한테? "
" 흥! 착해? 뭐가? 착한 사람이 오늘같이 추운날 안 태워다 주냐? "
" 이야~~~ 고거 같고 그러냐? "
" 고거? 그게 얼마나 큰 일인데? 아무튼 나 오늘 많이 마실테니까
나 집에 일찍 보낼 생각 하지마 "

그리고는 열심히 부지런히 장어 안주에 들이 부었다.
하긴 뭐 들이 부었다고는 하여도 한 다섯잔 정도?
먹고 마시고 하다보니 식사는 끝나고..
2 차로 노래방을 가자고 한다.
조~오치.
따라간 노래방에서는 맥주가 들여져 온다.
얼큰히 취한 상태에서 맥주 캔 한개를 마시고 나니.
눈이 풀리며 다리도 몸도 한꺼번에 모두 풀리며 고만 딱 다리뻗고
잠을 자고만 싶어진다.
어거지로 끌려나간 자리에서 조승구의 꽃바람 여인을 불럿더니.
꼬장 피우려면 계속 마셔야 한다며 캔 하나를 또 다시 권한다.
마시는둥 마는둥...
집에 가고 싶다.
남편이 보고싶다.
따끈한 방에 등 대고 남편의 팔벼개를 하고는 눕고만 싶다.

살그머니 집에 오려니 가방이 없다.
아까 친구 집에다 그냥 놓고 온것이 생각이난다.
차비조차 없으니 집에도 못 가겠고.
짖궂은 친구들은 돈도 안 빌려줄뿐 아니라.
옷도 빼앗고 날 감시한다.
네가 얼마나 집에 안가고 버티나 본다고 한다.
살그머니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는 빠져나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 여보야~ 나 집에좀 데리고 가라 "
" 얼마나 마셧냐? "
" 응, 조금 됐어. 그러니 나좀 집에 데리고 가. 응? "
" 알았으니 기다려 "
" 응. 여보야 고마워 "
" 에구~ 말로만? 쏙아지 피우고 나갈땐 언제고? "
" 아깐 내가 당근 미안하지 "

어쩌랴?
목 마른 놈이 샘물 파야지.
우선은 내가 답답하고
자존심이 밥 먹여주는것도 아닌데.

노래방의 열기는 화끈히 달아올라 있고...
이제는 3 차까지 간다고 한다.
미치겠던거.
노래방 위치까지 착실히 알려줬고
집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족히 30 여분은 걸릴텐데.
말도 할수 없고.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못하니. 술 안마신 친구하나가 벌써 눈치를 챗나보다.
" 너 불어. "
" 뭘 불어? "
" 네 남편한테 전화 했지? 여보야 나 데꾸가 하고는. "
" 구신이다. 그려 너네끼리 3 차 가. 나 그냥 집에 갈께 "
" 이럴거면서 왜 신소리는 치냐? "
" 글쎄 말여. 나 먼저 나가있다가 울 서방 오면 갈테니까 그렇게 알아. "
" 에라이~ 쓸개술 먹더만 이 쓸개빠진 인간아."
" 후후~ 거 말되네 그려. 쓸개술 먹고 쓸게빠진 인간이 ?碁?"

모두가 정신없이 마이크 잡고 발바닥 때, 벗길때...
난 슬그머니 빠져나와서는 한 귀퉁이에 서 있다가 남편을 따라.
내 자가용을 탓다.
부린다던 꼬장은 부려보지도 못하고 졸지에 쓸개빠진 인간이 되어서리...
혼자서 실없이 픽~픽 거리니.
울 서방 힐끔 거리더니 그여 묻는다.
" 왜 정신나간 여자마냥 혼자서 픽픽 웃냐? "
" 여보! 내가 오늘 장어쓸개를 술에 타서는 그 술을 먹었거든? "
" 근데? "
" 그거 먹엇더니 쓸개빠진 인간이 되네. "
" 빠진건 장어쓸개인데 왜 네 쓸개가 빠지냐? "
" 글쎄 말여. "
더는 남편이 아무것도 묻지 않음에.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내 집에 와서는 편한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