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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빨간운동화(4)


BY 몽마르뜨 2001-02-18

파리에서의 3일째 아침. 월요일. 날씨는 흐리멍텅 & 찌뿌드함.
일어나서 영화에서처럼 가운데 접이식 창문을 힘껏 밀어 밖을 내다보니 출근차량도 많고 조깅하는 사람도 눈에 꽤 띄었다.
약간 쌀쌀한 날씨인데도 반팔에 반바지차림이 있었고 두꺼운 파카를 입은 사람도 보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가기 위해 호텔 로비로 내려가니 인포메이션의 여자가 "봉주르~". 기분 좋은 아침인사를 한다.
이나라 사람들 말끝마다 "Merci"를 붙인다. 감사하다는 인사가 습관처럼 항상 나온다." 메르씨. 메르씨보꾸". 인사는 상대방을 즐겁게 하는 좋은 습관인데... 나도 배워가야지...
몽마르트(Montmartre)로 가기위해 지하철에 올랐다.
무표정하던 사람들도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미소를 짓는다.
자리가 있어 남편과 앉았는데 아까부터 맞은편에 앉은 아줌마와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를 자꾸만 힐끗힐끗 쳐다본다.
파리는 관광도시라 동양인이 신기하지가 않을텐데.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데. 저쪽에서도 또 쳐다본다. 남편에게 "예쁜여자 처음보나? 왜자꾸만 쳐다본데?"
하고 투덜거리니. "왜그러겠니? 아줌마. 아줌마 운동화때문이야".
운동화가 어때서? 여행간다고 2만5천원이나 주고 산건데...
그러고보니 운동화가 흰색이 조금 섞인 빨간색이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보니 다 검정 아니면 재색이다. 눈에 띄기는 띄는군.
그리고 평소에 화장을 잘 못하는 나는 입술만 조금 빨갛게 화장을 했는데.. 첨단을 달리는 패션도시라는 대명사가 무색하게 화장을
눈에 띄게 한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옷역시 무채색계통으로 수수하게 입었으니... 파스텔톤의 상의를 입고 입술과 신발은 빨간
내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의지의 한국인. 여기 머무는 5일동안 빨간 운동화로 밀고나가자.

앙베르역에서 내려 스텡케르그로 나와 언덕길을 쭈욱 올라가면 높은 계단이 이어진다. 그 언덕 꼭대기에 흰색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내려다보고 있다.
아 성당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꽤 많은 수의 계단을 오르거나,
케이블철도를 이용하면 된다. 케이블철도는 물론 유료.
화창해진 날씨덕에 기분좋게 계단으로 올라갔다.
이 성당은 로마 비잔틴양식으로 지어졌는데, 설립 동기는
1876년 프러시아 전쟁에서 패배후 의기소침해있는 파리 시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위해서였다. 카톨릭신자의 기부금으로 건축시작,
1919년에 완공되었고 성당 중앙의 높이 8미터의 거대한 돔에서는
파리의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성당안으로 들어가니 신자들이 기도를 위해 구입한 촛불이 너무도 성스럽게 타고 있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기도하고 나왔다.
성당으로 가는 계단의 중간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보였다. 신기하게도 바이올린의 집이 음악을 들은 댓가로 성의를 표시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돈통.
성당 앞의 계단을 (이 계단에서 아주 유명한 영화를 찍었다고 하는데
제목은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생각나지않음) 내려와, 200년의 시간을 무명화가와 함께한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했다.
19세기까지는 마네, 피카소등이 작품활동을 했으나, 지금은 무명화가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돈을 받고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노천카페와 그림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거리...
밤이 되면 카페에서 생음악이 연주된다고 하나. 갈길이 바빠서
못기다리고 내려오기로 하고 햄버거집을 찾기 시작했다.
참. 성당에서 이곳으로 내려올때 길을 잘 몰라서 계단 오른편의 선물코너 가게로 들어갔는데 마침 한국 교포가 운영하는 곳이라서 너무도 반가왔다.
세계 구석구석 들어와있는 맥도날드.. 역시 이곳에도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다.. 햄버거와 콜라로 점심 해결.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개선문으로 향했다.

개선문. 발품을 너무 많이 팔았다.
지하도의 출구를 잘못나와서. 힘이들어 죽겠는데.
길찾는 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남편도 실수할때가 있나보다.
갈수록 날 닮아가나...
지하도를 나오니 대만의 아줌마 관광객들이 아주 시끄럽게 수다를 떨며 사진을 찍어달라기에 찍어주고, 우리도 찰칵. 개선문이 전체가 다 보인다.
개선문의 양쪽 기둥의 안쪽에 전쟁에 이기고 돌아온 장군들의 이름들이 영광스럽게(?) 새겨져 있다.

자, 개선문앞에서부터 시작되는 샹제리제 거리로 가자.

*글을 쓰다보니 자세한 것은 기억이 흐려져서 여행시의 메모북과
가이드북으로 해결을 했어요. 물론, 건축년도 같은 숫자는
노트에서 찾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