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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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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나는 비겁자


BY 들꽃나라 2001-12-15

언제부터인지 웃는 것이 좋다. 
그것도 입으로 피식 웃는 것말고, 
눈으로 웃음 지어 소리 없이 웃는 것말고, 
큰 소리로 박수 쳐가며 웃는 것이 좋다. 

박장대소...... 
나이 들어가면서 이전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던 
이야기들이 구수한 숭늉처럼 좋아지고 마음에 
와 닿는 것은 그것이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도 통쾌하게 웃으며 큰 박수를 
치는 것은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헌데 어제 나는 TV를 보면서 덜커덩 하는 생각을 했다. 
다름아니라 게임에 참여한 연예인들의 표정이 낱낱이 
카메라맨들에 의해 찍힌 다는것이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표정들..옆 사람을 흘깃 바라본 것 
겨우 몇 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생각지도 못한 표정들을 
잡아 보는 이에게 웃음을 더해준다.....음..... 

예전 잠실 운동장에서 8.15 경축 음악회를 본 적 있다. 
그때 지휘하던 정명훈씨의 표정에...... 
그 후로 나는 방과 거실은 물론 식탁 위 크리넥스 
통에까지 그분 사진으로 도배를  했었다. 

그 분도 모르게 지휘하면서 몰입되어 나타나는 
그 표정이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생전 만나보지도 못하고 그분의 인생관조차도 
모르면서 위험한 짝사랑에 빠졌었다...훗.. 

녹화 방영될 때 방청하는 수많은 사람가운데 카메라에 
찍혀 잠시 잠깐 화면에 얼굴이 비쳐지는 사람들도 
물론 표정은 있었다... 나름대로... 

위 두 가지 경우 하나는 자기도 의식 못하는 사이에 
지어지는 자기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보여지는 모습이다. 

잠시 아이들에게 TV를 끄게 했다. 
잠시 잠깐 보는 쇼에서 웃고 즐기며 무엇을 느끼느냐고 
물었다. ....... 쇼를 보면서 뭐 느낌까지.... 
큰 녀석이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고 깨닫는 것이 다르니까 
그냥 엄마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하라고 한다. 

목소리 가다듬고...음...음... 
" 있지~~~ 나 이런 생각했다 " 
" 만일 하나님께서 우리 생활 순간 순간을 그분의 
카메라에 담아 두신다면 아니 우리마음의 생각까지도 
모두 담아 두신다면 나중에 그것을 보면서 
얼마나 재미있을까..." 
" 음..(아이들이 말이 없다..) " ..말한 나도 말이 없다. 
" 엄마, 그때는 재미가 아니라....." 
(역시 우리 아들이네 '재미'라는 단어를 꼬집어내다니) 

행동도 마음도...내 모든 것을 조심해야지 
그리고 바르게 살아야지..나는 비겁하다. 
아이들 눈이 나를 보는 거울인데..나는 비겁하다.
부끄럽지만 내 삶을 돌아보니 나는 비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