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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장


BY 하비 2000-10-15






중학교 졸업식날 오신 엄마의 모습은
검은 롱바바리의 깃을 세우고
검정바지에 검정구두...
그모습이 지금도 내 기억에 남아있는것은
엄마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랬다.
비록 엄마가 남편살이, 시집살이가 심한
삶을 살았지만 그때문에 외출도 못하고
항상 집에 억매여 살며
때로는 아빠의 모진 말과 모진 육체적고난도
당하곤하였지만
어쩌다 한번 하는 외출이
엄마의 숨은 재능을 보인 시간이 되곤 하였다.
없는 옷도 엄마가 입으면
정말 멋지게 변신하곤 하였다.
뽀얄정도로 하얀 피부도
화장품도 제대로 없어 립스틱을 볼에 문질러 발라
약간의 상기된 얼굴이 되고
그 립스틱이 또 입술에 발라지면
이쁜 앵두입술이 되었다.
정말 엄마의 뽀얀 얼굴이 너무 부러웠고
립스틱 하나로 여느 아가씨보다 이뻐지는
엄마가 참말로 좋아보였다.
그렇게 내 기억에서 묻어나오는 엄마의 모습은
언제나 단정하고 곱고 뽀얀 모습이였다.
20대, 그리고 30대에 들어설무렵까지도
그런 기억의 끝자락에서 변하지 않고 있었다.
손주들이 있어 할머니이고 남들이 할머니라
부르니까 할머니였던 것이다.
그런데......
세월을 뛰어넘은듯한 사진한장은
나의 기억을 흐려놓기에 충분한 모습이였다.
정말 내엄마가 이리도 많이 늙었구나!!
아니 우리 엄마가 정말 할머니가 되었구나!!
울 자식들의 뒷받침을 하느라
모진 남편의 남편살이를 하느라
그렇게 늙어진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우리들에게 항상 단정하고 이쁜 모습으로
충성하던 그 모습을 계속 맘속으로 원했던
내게 모진 회초리를 내놓고 싶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늙어간 엄마의
모습을 단 한장의 사진으로 온통 담아낸것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하얗게 늙어있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들의 세월이 담겨져 있는 아름다울 모습인것을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쓰디쓴 마음으로 사진을 가슴에 품어본다.
그 모진 세월이 담겨져 있는 사진한장을...